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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 Nov 06. 2019

고기 없는 고기, 도대체 누가 먹는거야?

커지는 시장, 식품 공룡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의 가전 제품 쇼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라는 약자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 행사에서 올해 '접히는 핸드폰', '돌돌 말리는 TV', '하늘을 나는 항공택시' 만큼이나 한켠에 있던 푸드트럭이 주목을 받았다.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 임파서블 푸드가 마련한 푸드트럭에서 제공한 임파서블 버거가 인기를 끈 것. CES의 미디터 파트너이자 미국의 IT전문매체인 엔가젯은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제품'으로 '임파서블 버거 2.0'을 선정하기도 했다.


식품시장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푸드테크 분야. 그중에서도 가장 활발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상품은 '인공 고기'다. 미국인들의 주식인 고기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다.


인공 고기는 식물 원료를 이용해 고기와 비슷한 느낌을 내는 '식물성 고기'와 실제 동물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 및 증식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까지 키우는 '실험실 고기'로 나눌 수 있다. 현재 소비자들이 실제 만날 수 있는 것은 식물성 원료를 가공해 고기 맛을 내는 '식물성 고기' 뿐이다. 


임파서블 미트가 들어간 버거 이미지/ 출처 : 임파서블 푸드


임파서블 푸드와 비욘드 미트가 주도하고 있는 식물성 고기 분야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두 회사가 위치한 미국에서는 식물성 고기가 '특별하고 신기한 제품'에서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상품'의 범주로 이동하고 있다.


식물성 고기 시장은 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걸까, 누가 이 시장의 주요 소비자가 되고 있을까. 제품을 본격적으로는 접하지 못하는 한국에서는 이같은 의문이 더 짙게 들곤한다.




미국 전역에 이어 홍콩 등 전 세계로 진출하고 있는 임파서블 푸드는 트렌드 인사이트 보고서를 통해 '도대체 누가 인공고기를 먹는지'에 관한 설명을 내놨다. 임파서블 푸드는 2018년부터 미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반년 동안 설문조사를 했고, 아래와 같은 결론을 냈다. 



1981~1996년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인공고기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산업화와 고도의 성장기를 거치지 않았고, 대신 그 결과로 지목되는 환경오염을 겪은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소비에 대해 고민한다. 환경을 되살리는 활동을 하는 '착한 상품'을 구매한다. 


이는 꼭 미국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입소스 등이 시행한 '기업소셜임팩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제품의 기능 뿐 아니라 브랜드의 사회적 평가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7.3%는 기업 평가 때 환경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함께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30~40대 여성층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파서블 푸드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 중에서도 20대 초반보다는 20대 중반 이후부터 30대까지 소비자들의 식물성고기 선호도가 높았다. 특히 부모가 된 이후에 선호도가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소비하는 것을 넘어 자식 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소비를 교육하고, 또 지속가능한 음식을 먹게 함으로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자. 우선 임파서블 푸드는 세대 구분을 'Z세대, 밀레니얼, X세대, 베이비부머'로 나눴다. Z세대는 0~21세, 밀레니얼은 22~37세, X세대는 38~53세, 베이비부머는 54~72세다. 


소비 패턴을 살펴보면 가장 활발하게 인공고기를 소비하는 세대는 'Z세대'였다. Z세대의 약 30%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이상 인공고기를 먹는다고 답했다. 한달에 한번은 먹는다는 응답은 50%를 넘었다. 약 80%가 최소 한달에 한번 이상 인공고기를 먹는 것이다. 이들의 연령대는 0~21세. 밀레니얼 세대를 앞두고 있거나, 밀레니얼 세대의 자식 세대다. 

반면 50대 중반을 넘어서는 베이비부머들은 대부분 인공고기를 먹지 않았다. 응답자의 65%가 인공고기를 아예 먹지 않는다고 답했고, 한달에 한번 이하로 섭취한다는 응답도 17%에 달했다. 약 80%는 인공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Z세대보다는 섭취 횟수가 적다고 답했지만 대체로 인공고기를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고기를 먹는 이유는 세가지 정도로 종합됐다

1. 식물성 고기가 기존의 육류보다 더 건강하다고 느낀다.

2. 그냥 더 좋아보인다.

3. 환경을 위해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임파서블 푸드는 특히 밀레니얼과 Z세대로 갈수록 3번의 이유를 더 많이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임파서블 푸드 관계자는 "2016년에 임파서블 버거를 처음 출시하면서 했던 설문조사에서는 환경에 대한 관심 때문에 버거를 먹겠다는 응답은 10위 안에 없었다"며 "젊은 세대로 갈수록 자신들이 물려받을 지구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하는 트렌드가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임파서블 푸드는 밀레니얼세대를 세분화했다. 아이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어 다시 섭취 횟수에 대한 분석을 했다. 


조사 결과 아이가 있는 밀레니얼 세대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 보다 더 자주 인공고기를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가 있는 밀레니얼 세대는 72%가 한달에 한번 이상은 인공고기를 섭취한다고 답했지만 아이가 없는 경우 해당 응답의 응답률은 60%로 떨어졌다. 인공고기를 아예 먹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도 아이가 있는 경우 30%를 밑돌았지만 아이가 없는 경우 이보다 높았다.

밀레니얼 세대의 아이들이 결국 가장 자주 인공고기를 소비하는 Z세대의 일원이기 때문에 '아이가 있는 밀레니얼 세대 가족'이 인공고기 섭취를 주도하고 있는 소비계층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부모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해 교육을 하는지에 대한 조사결과도 있다. 밀레니얼들은 70%가 "아이들에게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교육한다"고 답했다. 약 60%는 "먹는 것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려주려고 한다"고 했다. X세대 부모는 두 질문에 대해 각각 60%와 50%가 그렇게 한다고 답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로 가면 50%, 40%로 떨어진다. 

자녀가 자발적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다고 응답한 부모는 X세대가 가장 많았다. X세대 부모들의 자녀는 대부분 밀레니얼 세대다.


이같은 변화는 식문화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이로 이어졌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76%가 "육류는 미국인의 정체성"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Z세대는 61%만이 이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했다.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음식을 더 먹을 것"이라는 내용에 대해선 Z세대의 62%가 동의했다. 반면 베이비부머는 32%만이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커지는 시장, 식물성 고기 시장에 뛰어드는 공룡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AT커니는 2040년까지 전통 육류 소비는 33% 감소하고, 그 자리를 식물성 고기 등 인공고기가 차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또다른 컨설팅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대체육 시장이 2018년 187억달러에서 2023년 23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시장 확대 전망은 소규모 스타트업 뿐 아니라 수조원을 벌어들이는 전통적인 식품 공룡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미국의 최대 축산기업인 타이슨 푸드는 이 분야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식품 회사다. 육류 매출 규모가 300억달러(32조원)로 미국 최대 소고기 수출업체인 타이슨 푸드는 비욘드 미트와 멤피스 미트 등 대체 육류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꾸준히 투자를 해왔다. 톰 헤이즈 타이슨푸드 회장은 "전통적인 축산업 앞에 엄청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단백질, 맛, 지속가능성, 영양 등 모든 측면을 고려해야한다"고 투자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타이슨 푸드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에 지분투자를 하는 것을 넘어 최근에는 직접 식물성 고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완두콩을 사용해 만든 치킨 너겟을 출시하고, 콩으로 만든 스테이크를 개발하고 있다. 노엘 화이트 타이슨푸드 최고경영자(CEO)는 "더 많은 단백질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새로운 제품을 창조해냈다"며 "고기와 식물성 고기를 모두 판매함으로써 사람들의 식단이 더 유연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슨 푸드의 식물성 치킨너겟(왼쪽)과 비건 소고기 이미지(오른쪽) / 출처 : 타이슨 푸드


미국의 축산 대기업 퍼듀팜스도 9월 닭고기와 식물 단백질을 혼합한 제품을 내놨다. 양배추와 병아리콩에서 추출한 성분을 닭고기와 섞어 너겟과 텐더, 패티 형태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다국적 식품업체 네슬레는 유럽에서 인크레더블 버거를 선보인 데 이어 올가을 미국에서 ‘스위트 어스’란 이름으로 식물성 버거를 내놓기로 했다.


KFC는 영국 일부 매장에서 '임포스터'라는 이름의 식물성 버거를 시범 출시했다. 버거킹은 앞서 임파서블 푸드와 함께 만든 임파서블 와퍼도 팔고 있다. 맥도날드는 네슬레의 식물성 패티로 만든 빅비건이라는 버거를 독일에서 출시했다.




기존의 식품 대기업들이 식물성 고기를 기존 축산업의 완전한 대체품으로 여기는 것은 아니다. 환경문제를 모두 해결하겠다는 식의 정치적인 올바름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이들의 식물성 고기 시장 진출은 지극히 사업가적인 관심이다. 소비자들이 원한다면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임파서블 푸드의 소비자 분석을 참고하면 이들의 시장 진출을 이해할 수 있다. 전통적인 육류 시장의 옹호자인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제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다. 식물성 고기에 대한 관심이 높은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교육을 받은 Z세대는 식물성 고기를 선택하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축산 대기업들도 '육류가 미국의 정체성'이라고 말하는 옹호자들만 바라보고 사업을 할 수 없게 된 상태다. 


전통적인 고기 생산자들은 그동안 대체육류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왔다. 축산업자들은 임파서블 미트 등 대체 육류를 '고기'라고 부르는 것에 반대했다. 생산자협회들은 성명서를 내며 정치권을 압박했다. 


하지만 타이슨푸드 등 식품기업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대체육류가 전통적인 고기 산업과 적대적인 관계가 아닌 협력하는 관계로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움직인다는 기업 경영의 기본 원칙은 이들을 식물성 고기 시장에 뛰어들게 만들고 있다.


톰 헤이즈 타이슨푸드 회장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해결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함께 일하면서 현재의 고기 생산방식을 진화시키고, 대안이 될 수 있는 단백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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