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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 Feb 10. 2020

첫 실험실고기 나올까. 2000억 투자받은 멤피스미트

최초의 실험실 고기 경쟁이 시작됐다.

상상 속의 먹거리에 불과했던 실험실 고기가 대중 앞으로 한발짝 다가왔다. 실험실 고기업계에서 본격적인 첫 제품 출시 경쟁이 시작된 것. 연구실에서 세포를 배양해 소량의 실험실 고기를 생산하던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공장을 지어 규모화에 나섰다. 실제로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실험실 고기를 처음으로 생산하는 것은 누구일까에 대해 식품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온라인 매체 쿼츠를 비롯한 다수의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험실 고기 연구회사 멤피스미트는 지난달 22일 1억6100만 달러(1900억원)의 추가 투자(시리즈B)를 받았다. 베이 아레나 지역에 공장을 세우기 위해서다. 


이 시설에선 동물 세포로부터 육류가 생산된다. 하지만 한 마리의 동물도 죽어나가지 않는다. 멤피스미트가 공장을 세우는 것은 이제 대량생산의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가격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멤피스미트는 인도 출신의 의사 우마 발레티가 2015년 만든 회사다. 심장학을 전공하고 미네소타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심장 근육을 재생시키는 연구를 하다가 세포 배양 방식으로 고기를 생산하는 아이디어를 듣고 진로를 전환했다. 어린 시절 끔찍한 도축 장면을 두 번이나 목격한 후 기존의 도축 방식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경험이 진로 전환의 이유 중 하나였다고 발레티 CEO는 말한다. 



멤피스미트는 전 세계에서 실험실 고기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공식적으로 알린 두 번째 업체다. 이스라엘의 퓨처미트테크놀로지가 2019년 10월 이스라엘의 행정수도 텔아비브의 남쪽에 있는 르호봇에 994㎡(300평) 규모의 공장을 짓기 시작해 첫 번째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들은 이곳에서 실험실 배양육을 일반 고기나 식물성 고기와 섞은 제품 등을 생산해 2021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롬 크슈크 퓨처미트 CEO는 "1400만달러를 투자 받아 연구실 단계에 있던 배양육을 공장 단계로 이끌어내고 있다“며 "2년 내에 실험실 고기를 시중에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퓨처미트의 바이오리액터 @퓨처미트

이들과 달리 조용히 실력을 키우고 있는 회사도 있다. 식물성 계란으로 유명한 저스트는 2019년 중반 캘리포니아의 한 지역에 1000리터 용량의 바이오리액터를 사용해 시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바이오리액터는 동물에서 채취한 작은 세포를 크게 키우는 역할을 한다. 


저스트는 식물성 원료에 강점을 가지고 있던 회사다. 녹두를 활용한 액상형 계란 제품을 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식물성 고기가 아닌 실험실 고기였다. 조쉬 테트릭 CEO는 지난해 한국에 와서 인터뷰하면서 “고기를 먹을 때는 제품이 더 고기다워야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멤피스미트는 이번 투자로 짓게 될 공장의 시설에 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특히 핵심 시설인 바이오리액터의 용량과 규모는 전혀 알리지 않았다. 다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첫 제품은 다른 육류와 섞는 형태가 아닌 100% 실험실 배양육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초의 배양육을 생산하는 것보다는 최고의 제품 내놓는 게 목표"라는 게 우마 발레티 CEO의 설명이다.


전 세계적으로 실험실 고기를 생산하겠다고 나선 회사들은 30여개에 이른다. 미국만해도 저스트, 미션 반스, 핀레스 푸드, 뉴에이지 미트 등이 있다. 최근 몇 년간 실험실 고기 회사들은 오직 사진과 극소수만이 참석한 테스팅을 통해서만 대중과 만나왔다.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확보했지만 생산비용이 너무 비쌌다. 실제로 멤피스 미트의 경우 2017년 0.45kg의 고기를 만드는데 1만8000달러의 생산비가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실험실 고기 스타트업이 몸집을 키우는 '스케일링 업'의 시간이 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스케일링 업을 먼저 시작한 멤피스미트와 저스트, 퓨처미트테크놀로지가 다른 경쟁자들보다는 한발 앞섰다고 평가받는다. 


아직 실험실 고기를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 것이나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관한 규정이 없는 것은 문제다. 발레티 CEO는 "규제 당국자들은 우리가 얼마나 잘 관리되고 있는지 보고 싶어한다"며 "공장을 공개해 그들이 방문하는 날이 오게 되면 우리가 얼마나 고품질의 세포를 다루는지, 얼마나 깨끗하게 공장을 운영하는지 등에 대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멤피스미트는 저스트, 핀레스푸드, 포크앤구드, 블루날루 등 배양 방식으로 단백질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과 함께 ‘육류 가금류 해산물 혁신을 위한 동맹’이라는 단체를 조직해 정책입안자들에게 자신의 제품과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기존의 육류 생산자 업체들의 반발도 넘어야할 벽이다. 이들은 대체 육류에 대한 큰 거부감을 보이고 있으며, 정관계 로비를 통해 이들을 규제로 묶어놓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발레티 CEO는 투자를 통해 아시아 시장에도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멤피스 미트에 가장 많이 투자한 세 곳 중 두 곳(소프트뱅크, 타마섹)이 아시아 자본이다.

멤피스 미트는 이번 1억6100만달러 투자 유치를 통해 총 투자금액을 1억8000만달러까지 늘렸다. 실험실 배양육을 생산한다고 나선 기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주요 투자자는 손정의가 이끄는 소프트뱅크 그룹, 싱가포르 자본인 타마섹 홀딩스를 비롯해 세계 최고 부자로 알려진 빌 게이츠, 농업 대기업인 카길과 타이슨푸드, 리차드 브랜손 등이다. (첫 투자는 25만달러였다. 이 돈으로 멤피스미트는 멤피스에 있던 사무실을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로 옮겼다. 두 번째 추가투자(시리즈A)는 1700만달러로 이때 주요 투자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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