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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p Feb 04. 2020

가짜 고기 때문에 축산업이 사라질까?

융합이냐 대체냐, 서로 다른 해법들

지금의 축산업은 어떻게 될까요?


식물성 고기와 실험실 고기를 막론하고 대체 육류를 개발한다고하는 사람들이라면 많이 받는 이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대체 육류가 기존의 육류 생산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대체육류 생산자들은 축산업이 야기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인류의 생존에 치명적이며, 축산업의 사료로 쓰이기 위해 곡물이 많이 소비되면서 식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지적대로라면 축산업은 없어져야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의 강자이자 대세인 축산업자들도 이 질문에 주목한다. 답변을 보고 대체 육류가 미래에 자신들의 위협이 될 것인지,아니면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 가늠해야하기 때문이다. 

소와 돼지 @픽사베이


축산업자들은 이제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할 것입니다.


축산업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회사마다 다르다. 회사의 철학과 필요에 따라 다양한 입장이 존재하고, 또 서로 간에 다양한 방식으로 합종연횡한다. 


이에 대한 한가지 입장은 축산업은 사라질 것이며, 대체 육류가 축산업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것이다. 다소 극단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그런 답변을 들은 적이 있다. 2018년 서울에서 있었던 컨퍼런스에서 축산업의 미래에 관한 질문을 받은 임파서블 푸드의 조던 사도스키 디렉터는 이렇게 말했다. 

발언하고 있는 사도스키 디렉터 @josep

"20년쯤 후에는 기존의 육류 생산은 모두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물로 식품을 만든다는 것이 마치 현재 도시에서 자동차를 타는 대신 말이 끄는 마차를 타는 것처럼 희귀한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생산자들은 재교육을 통해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해야할 시기다."


@픽사베이


식물성 고기를 생산하는 임파서블 푸드는 육식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상당히 강력한 발언이라 놀랐을 정도였다. 육식을 제한하고 채식으로 나아가야한다는 철학이 담겨있는 모습이었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채식주의자이기도 하다. 채식 버거가 고기와 비슷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유럽의 대체육류 생산자들도 이와 비슷한 입장으로 보인다. 채식에 대한 강한 신념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육식에 대한 반대와, 채식의 이점을 드러내는 선명성이 강조되는 것으로 보인다. 


박인구 부회장 @한경DB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팬을 결집하는 데는 좋을지 모르겠으나 기존의 생산자들로부터는 큰 반발을 불러오곤 한다. 당시 컨퍼런스 청중 중에는 참치로 유명한 동원그룹의 박인구 부회장이 있었다. 박 부회장은 질의응답시간에 "기존의 생산자들의 환경을 위한 노력은 무시하고 자신들만 뛰어나다는 식의 접근 방식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이 컨퍼런스가 끝난 후 동원그룹은 식물성 고기를 생산하는 비욘드 미트의 제품을 공식 수입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축산업자들도 식물성 고기 생산 회사들의 마케팅에 제동을 걸고 있다. 미국의 소고기 생산자협회와 돼지고기 생산자협회 등은 식물성 고기에 '고기(meat)'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로비를 통해 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실험실 고기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임파서블 푸드의 극단적인 주장과는 다른 입장인 경우가 많다. 주로 협력과 융합을 이야기한다.

실험실 고기(컨셉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18년 사도스키 디렉터와 함께 서울을 찾았던 데이비드 케이 멤피스미트 매니저가 컨퍼런스에서 같은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했는지 살펴보자.


"육류 생산자들과들도 많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기존에 있는 것을 우리가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각각 어느정도 비율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축산업자, 세포 배양방식으로 육류를 만드는 곳, 식물성 재료를 활용하는 산업 등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한 범주로 규정하고 싶지 않다."


조쉬 테트릭 CEO @한경DB


저스트의 조쉬 테트릭 CEO도 식물성 계란을 만들었음에도 식물성 고기가 아닌 실험실 고기를 연구하는 이유에 대한 답변을 하면서 비슷한 입장을 이야기했다. 그는 "좋은 식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접근법이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테트릭 대표는 전통적인 축산업에서도 푸드시스템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통적으로 고기를 생산하는 것, 세포 배양 방식으로 고기를 만드는 것, 식물성 원료로 고기 맛을 재현하는 것 모두 복합적으로 선택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험실 고기 생산자들이 융합과 협력을 말하는 이유는 사실 철학적이라기보다 현실적이다. 우선 가격의 문제가 있다. 실험실에서 세포 배양 방식으로 생산한 고기는 너무 비싸다.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다해도 기존의 육류에 비해 비싼 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100% 실험실고기 대신 다른 것들과 섞는 것이다. 


실험실 고기를 연구하는 이스라엘 기업 퓨처미트에 따르면 배양을 통해 생산한 고기와 식물 원료로 만들어낸 고기를 섞으면 100% 실험실 고기보다 생산비가 50~60% 낮아진다. 퓨처미트에 투자한 S2G벤처스의 매튜 워커 디렉터는 "100% 실험실 고기, 100% 식물성 고기, 식물성과 실험실이 결합된 고기 등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형태의 고기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부분에서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타이슨푸드와 카길

실제 투자자 중 축산업을 비롯한 기존 농업의 대표주자들이 많은 것도 이들이 기존 생산자들의 완전한 소멸을 말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실험실 고기 업계의 선두 주자중 하나인 멤피스미트의 주요 투자자 중에는 세계 최대의 축산기업인 타이슨푸드와 세계 최대 곡물회사인 카길이 포함돼있다. 카길은 2017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과 함께 1700만달러(191억원)를 투자했다. 


타이슨푸드는 2018년 소수지분투자 형태로 멤피스미트의 지분을 샀다. 타이슨 푸드의 톰 헤이즈 회장은 "전통적인 축산업 앞에 엄청난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해결책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함께 일하면서 현재의 고기 생산 방식을 진화시키고 대안이 될 수 있는 단백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 육류가 어떤 철학을 추구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취지와 철학에 따라 기존의 육류 산업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달라지고, 또 그 관계맺는 방식에 따라 시장에 안착하는 형태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케이 멤피스미트 매니저는 대체육류 생산자들이 "식량위기가 온다며 공포감을 조성하거나 기존의 제품을 깔아내리는 식으로 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대체 육류가 더 건강해', '이걸 먹어야 환경이 보전돼',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먹어야해'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는데 그 중에 실제 동물에서 유래하지 않은 고기라는 옵션도 있다는 식으로 접근해야한다는 것이다.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거창한 이념은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20년쯤 후에 기존의 축산업은 어떻게 될까. 축산업에서도 환경과 공공의 이익에 맞는 형태의 사육 방식이 개발되지는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축산업의 문제는 축산업 스스로 해결하고, 여전히 충분히 식량 생산의 핵심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by Jo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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