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긴즈버그의 시를 읽으며
한때 네가 사랑했던 어떤 것들은
영원히 너의 것이 된다.
네가 그것들을 떠나보낸다 해도
그것들은 원을 그리며
너에게 돌아온다.
그것들은 너 자신의 일부가 된다.
- 앨런 긴즈버그 <어떤 것들>
우연히 이 시를 읽고 나서 보니 내가 그동안 마셔왔던 차가 생각이 났다. 여전히 클릭 몇 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차도 있지만, 다시는 마셔 보지 못할 그런 차가 있다. 그 차들이 생각날 때면 그렇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이 시를 읽고 나니 한결 마음이 좋아졌달까.
우리를 둘러싸고 한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이 자연환경이라는 것에 꽤나 관심이 많은 중 한 사람으로서 요즘 이런저런 걱정이 들던 차였다. 환경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놓은 여러 상황에 기존과 같지 않을 차가 그저 머릿속에 맴돌았다.
인도의 폭염 소식에 밀수출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나는 그 날씨에 차가 잘 자라고 수확이 될지 걱정이 되었고, 스리랑카의 어지러운 정치 상황 속에 정부에서 관리하던 차가 중국의 손에 어떻게 변하게 될지 걱정도 되었으며, 몇 년 전부터는 우리를 쥐고 흔들었던 코로나는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이전의 차 시장의 모습을 되돌려 놓지 못하고 있으니 이 또한 걱정이 내내 되었다.
누가 보면 이렇게 오지랖 넓게 걱정하는 게 그 많은 차라도 다 마시는 거냐고 핀잔을 줄 수도 있겠지만 그간 차를 애정 했고 계속 애정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생각이 절로 들긴 했다. 어느 정도는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같은 것을 계속 원한다는 게 어쩌면 인간의 또 다른 욕심이 아닐까 싶어 한편으론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말이다.
Nothing Last Forever.
그렇다. 영원한 건 없다지만, 영원을 바라는 것 또한 인간의 마음이 아닐까.
이런 나의 마음을 다독여 준 것이 앨런 긴즈버그의 시였다.
해마다 다를 수 있는 차의 향미 또한 그만의 매력이지만, 잊을 수 없는 차를 만났을 때에는 차 자체만이 아니라 차와 함께 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 보았다. 그의 말처럼 "네가 사랑했던 어떤 것들은 영원히 너의 것"이 된다니 말이다. 내가 떠나보내도 다시 내게 돌아온다니! 이런 멋진 생각과 말들은 어찌할 수 있었는지...! 어쨌든 그러하니 나는 더 좋은 차를 찾아 헤매어야만 할 이유가 생겼고, 좋은 차를 마시던 그 순간은 잘 기억해두었다가, 혹여나 떠나보내도 다시 내게 돌아올 것이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 꼬리를 물고 또 물다 보니 차 선반을 한번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차는 더 앞으로 내어 놓고,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아 마음이 가지 않았던 차들은 미련 없이 정리하고 싶어서 말이다. 그래야 내 마음에 들어온 차를 더 오래 즐기고 남길 수 있을 것 같으니...
아쉬운 마음만 쌓아두기보다는, 앞으로 만날 좋은 차를 반겨줄 너른 마음을 갖는 게 낫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 즐길 수 있는 내 마음에 드는 차를 더 깊이 즐겨보는 게 낫지 않을까. 걱정 또한 사라지게 해 주는 마법을 부릴 수 있는 것 또한 차이니 그 마법에 더 자주 빠지기 위해 이번 주말에는 꼭 나의 일부가 될 차들을 좀 더 앞으로 내놓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