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정, 정키, Dababy, Lady Gaga
최크롬 : 일단 싱글이 아닌 EP로 나왔다는 것부터 울림이 류수정의 솔로 데뷔에 적지 않은 공을 들였음을 시사한다. [Tiger Eyes]의 의중은 간단하다. 순수한 이미지로부터 파격과 세련됨으로 나아가는 것. 이를 위해 타이틀에는 기존 러블리즈 크레딧에 보이지 않았던 해외 작곡가들이 참여했고, 뮤직비디오에서는 크러쉬와 도발적인 분위기를 과시한다. 류수정의 강점인 저음역의 허스키한 보컬에 초점을 맞춰 전반적인 콘셉트를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타이틀 ‘Tiger Eyes’는 겉으로 보기에는 흠잡을 데가 없는 듯하다. 두드러지는 킬링 파트는 없지만 안정적인 보컬과 직관적인 탑 라인은 물론이고, EDM 식의 기승전결 또한 과하지 않고 깔끔하다. 차분하고 정적인 무드에 충실한 것도 콘셉트와 괴리되지 않고 잘 어울린다. 그러나 왠지 모를 심심함이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아직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감정선이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랄까. 앞서 말했듯 특별히 꽂힐 만한 장치가 없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전체적인 그림, 콘셉트는 매끈하지만 음악 내에서 류수정만의 차별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이 곡을 청하가 불렀다면?).
한편 ‘CALL BACK’과 같은 R&B 트랙이 류수정한테 꽤 어울린다는 건 새로운 발견이다. 음색을 확실히 살릴 거라면 힙합과 R&B의 방법론을 가져오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EP의 중후반부는 여느 청순 걸그룹 수록곡과 비슷한 기류로 흘러간다. 그리고 ‘너의 이름’, ‘나 니’, ‘42=’로 평이한 감성이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류수정의 자작곡인 ‘자장가’로 끝을 맺는다. 이처럼 [Tiger Eyes]는 아티스트적인 이미지까지 확보하려는, 의외로 치밀한 앨범이다. 시작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류수정에게는 새로운 숙제가 하나 남아 있다. 쟁쟁한 솔로 아티스트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음악, 그리고 한 단계 더 뚜렷한 브랜드의 구축이다.
무민 :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촘촘하게 엮어낸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한 듯하다. 한 장의 앨범에 유기적인 스토리를 녹이려는 시도는, 탄탄한 완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청자에게 그 의도가 100% 전달되기 어렵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하지만 정키의 [LOVE]에 담긴 스토리텔링은 섬세한 편곡과 변주를 통해 빈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앨범과 동명인 1번 트랙 'Love'는 가사 한 줄 없이 오직 피아노, 기타, 스트링이 만들어내는 4분간의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빛깔의 시각에서 바라본 '사랑'의 모습을 담아내었다.
보컬로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색다른 모습 역시 인상적이다. 이들은 모두 R&B 장르를 기반으로 하는 보컬리스트이지만, 이 앨범에서는 모두 담백한 발라드의 흐름을 따르는 스토리텔링에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자신만의 색깔을 지우지는 않는다.
그렇게 각기 다른 4가지 색깔의 러브 스토리를 써 내려간 4명의 주인공은, 마지막 트랙 'Blossom' 속 밝은 톤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와 암시를 내보이며 관객들에게 덤덤하지만 홀가분한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사랑의 끝은 또 다른 사랑의 시작'이라는 말처럼, 정키의 [LOVE]에는 그 모순적이면서도 낭만적인 굴레 속에서 반복되는 모든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최크롬 : 본토 힙합의 최신 흐름을 알고 싶다면 당장 ‘Rockstar’를 재생하면 된다. 3년 전 Post Malone의 ‘Rockstar’와 지금의 ‘Rockstar’는 분명 다르다. 찢어지는 베이스 소리, 묘하게 서정적인 기타 라인, 그리고 싱잉랩의 합은 현재 힙합의 가장 대중적인 한 부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장 트렌디한 랩스타 두 명의 콜라보는 덤이다. ‘Rockstar’는 반복되는 스타일에 지루함을 느낀 팬들을 향한 Dababy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는 자주 보여주지 않던 싱잉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특유의 타이트한 플로우와 Roddy Rich의 피쳐링을 섞어 나름의 밸런스를 맞추었다. ‘Suge’ 이후 지속적으로 빌보드 상위권에 곡을 안착시키는 것을 보면, 그의 커리어는 원 힛 원더에서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민 : 2008년, 댄스 팝의 새로운 지평을 만들어내며 한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Lady Gaga의 왕좌는 견고했다. 전작 [Joanne]과 영화 '스타 이즈 본'으로 이어진 음악적 변화의 시기를 거친 후, 'Rain On Me'는 팬들과 대중이 그에게 기대해왔던 화려하고 센세이셔널한 임팩트를 충족시키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디스코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워 레트로의 정서를 가져가면서도, 동시에 EDM의 문법을 첨가하여 신선함을 더한다. 묵직하게 농익은 보컬은 어색함 없이 금세 제 자리를 찾아 빛을 발하고 있으며, Ariana Grande의 청량한 보컬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 이상의 파괴력을 내뿜는다. 오직 Lady Gaga라는 '아티스트'에게서만 전해 들을 수 있었던 특유의 댄스 팝과 그 뼈대를 이루는 정서는, 준수한 트랙과 트렌디한 콜라보레이션의 기법을 통하여 한 단계 진화한 형태로 익숙함 속 충격을 선사한다. 다시 한번 성대하게 펼쳐질 'Lady Gaga Era'에 푹 빠져들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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