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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종별곡 Jul 08. 2020

관종들의 별별 곡 리뷰 (2020. 6.) 下

적재, 화사, IZ*ONE, 6ix9ine·Nicki Minaj

적재 - '개인주의 (Feat. Zion.T)'



  호우 : 이 시대 불필요한 접근을 권하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랄까. 그의 경쾌한 기타 사운드와는 다르게 노랫말에는 당신과 나에 대한 적절한 선긋기를 이야기 한다.


  ‘개인주의’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는 인상과는 다르게 평키한 기타의 존재감이 제법 따뜻하다. 담백하게 내뱉는 창법과 자유롭게 넘나드는 적재의 가성은 화려하지 않은 구성 속에서 곡의 포인트로 자리잡는다. 더불어, 자이언티의 피쳐링이 곁들여지며 아늑하고 편안한 청취감을 높이는 한 편, ‘개인주의’라는 가사의 밀도를 높인다. 가벼운 어쿠스틱으로 정돈된 분위기와는 다르게 노랫말은 우리 사이에 적절한 선을 요구한다. 의무적으로 친절을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어색한 너는 딱 그정도로 멈춰달라는 당부. 조금은 까칠하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을 딱 그 정도의 말들이다. 부자연스럽게 ‘의리’, ‘친목’을 강요하는 사람들에게 적재는 담담히 자신의 선을 긋는다. 좋은 노래와 목소리,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시선이 담겨있는 곡.




화사 - [Maria]



  무민 : 돌고 돌아 결국 '화사'다. 힙합, 댄스, 팝 발라드, 라틴, 레게, 셀 수 없이 다양한 음악적 장치들과 화려하게 펼쳐진 스펙트럼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으로 느껴진다. [Maria] 앨범 속의 화사는, 뮤지션으로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와 목표하는 지향점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그의 음악적 역량과 센스를 적재적소에 발휘해낸다. 지코, DPR LIVE, 박우상, 코스믹 사운드 등의 초호화 프로듀싱/피처링 라인업에도 화사가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평소 그의 모습처럼, 자신만의 솔직한 생각과 모습을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으며, 음악과 퍼포먼스,비쥬얼 요소들을 통해 그것을 전달해내는 방식 또한 매우 세련되었다. 자신만의 확고한 기반을 세운 만큼, 앞으로 얼마나 다양한 형태의 가지를 뻗어낼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과업이 되지 않을까.




IZ*ONE (아이즈원) – [Oneiric Diary (幻想日記)]



  최크롬 : 플레디스의 한성수 대표가 프로듀싱한 꽃 3부작이 끝났다. 앞으로 어떤 콘셉트가 이어질지 구체적으로 드러난 사실은 없지만, 이번 타이틀이 ‘환상동화’인 만큼, 꿈과 동화와 관련된 무언가가 어질 것으로 추측된다. 부제와 가사를 통해 알 수 있듯 ‘환상동화’는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를 메인 레퍼런스로 하고 있다. 사실 동화 자체는 익숙함과 스토리텔링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소재였지만 의외로 케이팝 씬에서 직접적으로 자주 차용되지는 않았다. 더불어 비슷한 시기 컴백한 우주소녀 또한 동화를 콘셉트로 밀고 가는 만큼, 이러한 시도가 걸그룹 콘셉트 트렌드에 한 획을 그을지, 혹은 단발성 보여주기에 머무를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라비앙로즈’의 Mospick 팀이 작곡한 타이틀 ‘환상동화’는 전 3부작과 큰 구조에서는 비슷하지만 레게톤과 힙합 리듬을 더하여 스타일리쉬한 맛이 도드라진다. 더불어 초반 벌스에는 트로피칼, 랩 파트에서는 트랩, 훅에서는 빅 룸의 문법들이 미묘하게 드러나면서 일렉트로니카의 여러 장르들을 아우르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한 시즌 활동을 마친 멤버들의 보컬은 나름 유연해졌고, 힙합 리듬을 타는 데 있어서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곡 자체 측면에서는 매끄러운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러나 ‘환상동화’의 힘차고 웅장한 분위기가 ‘동화’라는 콘셉트를 포함해 기존 이미지와 이질감을 주는 건 어쩔 수 없다. 특히 리드 사운드를 강조하는 훅 부분에서 이러한 경향이 더욱 부각된다. 그리고 기존 3부작과 딱히 다르지 않은 음악적 노선은 동화 콘셉트 하에 이어질 나머지 곡들 또한 기대하지 않게 만들기도 한다.


  수록곡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Welcome’의 존재가 크게 느껴졌다. 동요의 문법으로 콘셉트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 데다가 아이즈원이란 그룹 자체에 굉장히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한편 일렉트로 팝의 ‘Pretty’와 트로피칼의 ‘Rococo’는 청량감으로 여름에 어울리는 계절감을 주었고, 발라드인 ‘With*One’은 앨범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서의 역할을 했다. 멤버 모두가 작사에 참여한 이 곡은 ‘그 사건’에 대한 회고로 보이는데, 거기서 나온 도덕적 이해관계를 따지는 건 또 다른 문제이므로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수록곡 중 킬링 트랙은 e.one 정호연 작곡, 히토미 작사의 ‘회전목마’가 아닐까 싶다. 일렉트로닉의 청량함을 베이스로 깔고 가지만 중간중간 시티팝 특유의 맛을 오묘하게 잘 살려냈기 때문이다. 확실히 아이즈원은 수록곡까지 충분한 퀄리티 이상으로 다듬어내는 몇 안되는 그룹이다(머기업의 권력과 힘).




6ix9ine, Nichi Minaj – ‘Trollz’



  최크롬 : 결국 ‘그 놈’이 해냈다. 음악만큼이나 화려한 범죄 경력을 가진 식스나인(6xi9ine)이 가택 연금이란 환경에도 불구하고 빌보드 HOT 100 1위를 따낸 것이다(다음 주에 다시 떡락하긴 했다). 전자발찌를 차고 차트 1위를 한다는 건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대단하다기보다는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일단 음악 얘기로 넘어가자. ‘Trollz’는 그의 무지갯빛 어그로에 부합하도록 중독성과 상업성에 철저히 맞춰진 곡이긴 하다. 빨려들어가는 듯한 훅은 그의 이름과 함께 흥얼거림을 유도하고, 트레이드마크인 샤우팅과 더불어 캐릭터에 녹아든다. 특별한 세련됨을 갖추었다기보다는 재미있는 음악적 장치를 여럿 구비해 놓은 느낌이랄까. 더불어 니키미나즈는 뮤직비디오에서 (역시나) 파격적인 노출을 통해 어그로에 힘을 실어주었고, 여유롭고 탄탄한 랩으로 피쳐링으로의 역할 또한 톡톡히 해냈다. 한편 ‘Trollz’의 성공이 뜻하는 바는 결국 화제성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대중음악계의 자명하고도 씁쓸한 현실이다. 빌보드의 교훈은 우리나라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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