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들의 별별 곡 리뷰 (2020. 9.) 上
긱스 (Geeks), 더보이즈 (THE BOYZ), 프라이머리 · 초아
긱스 (Geeks) – ‘Heartbreak Hotel (Feat. Devita)'
최크롬 : 뜸하게 발매되는 긱스의 신곡이다. 러프한 피아노 리프의 반복으로 얼터네이티브함이 많이 묻어나지만, 긱스 특유의 멜로디컬한 편안함과 남녀관계를 노래하는 주제의식은 그대로 존재한다. 기존과 전혀 다른 노선의 곡에서도 긱스만의 아이덴티티가 가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실히 프로는 프로다”라고 느껴질 정도. 이러한 면에서 릴보이와 루이의 조합은 여전히 황금 밸런스이다. 하지만 곡의 핵심을 이끌어내는 건 바로 드비타의 피쳐링.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는 소녀스러운 톤으로, 남녀 간의 바람이라는 곡의 테마를 실감 나게 읽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드비타 홀로 곡을 캐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요컨대 긱스는 여성 보컬과의 최적점을 가장 잘 찾아내는 힙합 듀오 중 하나이다.
더보이즈 (THE BOYZ) - [CHASE]
무민 :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고 했던가. '더보이즈'에게 찾아온 기회는 꽤나 근사했고, 그것을 놓치지 않고 결과물로서 구현해내는 방식은 더욱 세련되었다. '다인원 그룹'이라는 이점을 십분 활용한 드라마틱한 퍼포먼스와 그 속에 스며든 직관적인 스토리텔링은 '로드 투 킹덤'에서 수많은 K-POP 팬들의 주목을 이끈 어필 포인트와 일맥상통한다. 보이그룹의 컨셉 메이킹에 자주 등장하곤 하는 오직 그룹의 이미지 형성, 임팩트만을 노린 '전형적인 강렬함' 또한 찾아볼 수 없다. 과도한 '크러쉬'를 한 겹 걷어내고 젠더리스 코드를 일부 첨가한 기획은 팝 댄스의 리드미컬함과 힙합 베이스의 긴장감을 오가는 트랙의 짜임새와도 절묘하게 합치된다.
타이틀곡 'The Stealer'를 중심으로 설계된 1-2-3번 트랙(Shine Shine - The Stealer - Insanity)은 그렇게 꽤나 유려한 흐름을 과시하며 이번 앨범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전반적인 키워드들을 차근차근 쌓아올려 나간다. 이와 대조적으로 'Whiplash' 'Make or Break'에서는 그들의 기존 음악에서 큰 축을 담당했던 '소년미' '청량함'등의 키워드를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두 트랙은 팝/록, 펑크 등의 색다른 음악적 요소들과 결합되어 아이러니하게도 중견 아이돌의 노련한 소화력을 돋보이게 만든다.
이렇듯 더보이즈의 [CHASE]에는, 모든 아이돌 앨범 기획에서 주요한 과제가 되는 '컨셉'과 '음악' / '레퍼런스'와 '차별화' / '변화'와 '유지', 이 모든 간극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과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방법에 대한 지침이 들어있다.
프라이머리, 초아 - 'Cloud'
호우 :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수가 이름을 내밀었다. 리뷰를 쓰게 되면서 과거의 솔로 타이틀을 복기했을 때, 허스키한 보컬로 애절함을 살린 ‘불꽃’, 고혹적인 분위기로 중독적인 음색을 보여준 ‘아끼지마’, 묵직한 발라더의 면모를 선보였던 ‘그런가봐요’ 등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게 소화해가며 차근차근 가수의 역량을 보여준 이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기에, 존버로 이끌어 낸 이번 싱글이 유독 반갑게 느껴진다.
초아는 복귀의 시작으로 본인의 매력을 성공적으로 끌어냈던 프라이머리와의 협업을 택했다. ‘Cloud’의 핵심은 펑키한 기타 사운드가 끌어내는 레트로. 트렌드적인 음악으로 세련되게 접근하기보다는, 시티팝을 앞세워 안정적인 노선 택했다. 사운드의 변주를 과감히 포기하고 깔끔한 보컬을 앞세운 단순한 구성은 오히려 리스너들의 집중을 최대치로 이끌어낸다. 이번 작품은 곡의 선율이나 사운드적인 쾌감보다 과거에 묻혀있었던 가수와 레트로라는 곡의 특성이 맞물려, 그리웠던 보컬을 조명하는 것에 있는 듯하다. 다시 음악 위로 올라온 초아에게 괜찮은 스타트 선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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