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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셜or패밀리 워커 Mar 07. 2024

6인가족 서울전세살이 유랑기 2

모든 것을 만족할 수는 없다. 

 올해 5월 말이면 드디어 전세만기일이다. 이 집에 만 4년을 산 셈이다. 집주인은 우리에게 매월 5만 원만 더 내고 계속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차피 이사하면 이사비용과 부동산중개비 등이 많이 지출되고, 이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 계속 사는 방향으로 마음을 굳혔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이 집을 좋아했다. 

역시나 고약한 집주인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마음을 바꾸었다. 그냥 나가달라고 했다. 당신들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겠다며 말이다. 그 며칠 사이에 대출을 받아서 우리에게 돈을 내어줄 상황이 된 모양이다. 2년 전 재계약 시 전세보증금을 연장하면서 올리지 않았으니, 더 비싸게 내놓을 건지 아무튼 우리는 3개월을 앞두고 집을 알아봐야 했다. 


 작년에 수시로 SH공사 홈페이지에 들락날락하며 장기전세, 임대아파트를 알아보고 있었다. 재개발임대주택에 신청해 놓았다. 관내 신축아파트라서 공실이 나오지 않아 예비 대기자로 얼마 후에 결과 발표가 난다. 재개발임대아파트라 평수가 매우 좁아서 6인 가족이 살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선택지가 별로 없다. 장기전세는 전세 시세의 80%이다.  워낙 아파트 전세가가 높다 보니 우리가 가진 보증금으로는 택도 없고, 대출을 보증금의 3분의 2는 더 받아야 하는 금액이다.  신청을 하면 장기전세 점수가 높아 될 확률이 높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신청을 하지 못했다. 보증금을 저리로 대출해 주는 것도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둘 다 이번 달에 발표다. 임대아파트는 공실이 나올 때까지 무한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 가망이 없을 듯하다. 보증금대출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홈페이지에서 지금 살고 있는 동네 전세를 계속 알아보고 있었다. 아이들이 중학생,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니 전학 가는 일이 쉽지 않아, 먼 곳으로는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파트는 넘사벽이고, 단독주택, 빌라, 상가주택만 보고 있는데 전세 매물도 별로 없는 데다가 뭐 하나 맞는 조건이 없었다. 아이들이 넷이니 첫째가 방을 따로 쓰고, 삼둥이는 성별이 다르니 이제는 분리를 해 줘야 한다. 적어도 방이 4개는 되어야 하는데 우리가 가진 예산으로는 방 3개도 감지덕지이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소개해 주신 부동산 중개 사장님에게도 부탁을 해 놓았다. 얼마 전 드디어 우리에게 딱 맞는 집이 나왔다고 전화해 주셨다. 길 건너편 동네였다. 저녁에 시간이 되어 아이들도 다 데리고 집을 보러 갔다. 차도 들어가지 않는 좁은 골목에 있는 단층 단독주택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방이 4개에 올수리 되어 있어 깨끗하고 집도 비어있었다. 조그맣게 마당도 있고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으나 차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라 이사는 어떻게 할지, 차는 어디에 주차해야 할지 난감했다. 딸은 골목이 으슥하고 어두워 무섭다고 했다. 그래도 각자의 방이 생겨서 좋아했다. 부동산 사장님이 6명 살기에 이만한 집이 이 동네에는 없다며 다른 사람이 계약하기 전에 빨리 계약을 하자고 해서 다음 날 바로 계약을 해 버렸다. 이사일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 기한인 5월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빨리 이사하고 다 끝내버리고 싶다.


이사하는 걸 생각만 하는 것으로도 급 피로가 밀려온다. 이사 갈 집은 지금 사는 집보다는 좁다. 방이 4개지만 거실이 좁아진다. 책장 4개 분량의 책을 버리고 있다. 옷 정리는 하지도 못했다. 점점 짐은 느는데 갈 집은 좁아져서 4년 주기로 짐을 버리고 정리하는데 이골이 났다. 쉬는 날마다 버리는 짐을 정리하고 있다. 신혼 때 장만한 옷장, 화장대, 침대, 책장 4개, 6인용 식탁 등 큰 가구는 다 버리고 가기로 했다. 일단 차가 들어가지 않는 골목이라 큰 짐은 어떻게든 처분하고 가려고 한다. 


미니멀리스트로 살고 싶은데 식구가 많으니 기본 짐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옷도 계절별 2벌 이상 가져가지 않기로 했다. 건조기가 있으니 많은 옷이 필요 없다. 예전에 선교사님의 선교 보고를 들은 적이 있다. 어린아이들과 해외 선교를 떠날 때 각자의 짐을 트렁크 하나에만 채워 넣고 떠났다고 했던 것이 인상 깊었다. 필요한 짐만 챙겨가기! 이번 이사의 미션이다. 


-이번 이사로 얻게 되는 것?

1. 방이 4개이다. 

2. 깨끗하게 수리되어 있다. 

3. 예산 범위에 들어와 있다. 

4. 아이들이 전학가지 않아도 된다. 


-이번 이사로 잃게 되는 것?

1. 주차를 할 수 없다. 

2. 큰 짐을 가져갈 수 없다. 

3. 이사하는 데 애 먹을 듯하다.


그래도 얻게 되는 것이 더 많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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