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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부부 Apr 22. 2021

11개월 아이 마스크 씌우기 대작전

아가야 울지 마, 엄마가 더 슬퍼

최근 11개월 아들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엄마인 내가 '진심으로' 마스크를 씌우고 싶어 한다는 거다.

장하다 아들, 첫마스크 축하해 사진 최수진

신생아일 땐 아이와 외출할 겨를이 없었다. 백일, 이백일 땐 유모차에 방풍커버를 씌우면 됐으니 딱히 마스크가 필요 없었다.


그렇다고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10개월이 됐을 무렵, 아이가 마스크와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왔다. 초소형 마스크를 보여주며 "OO아, 이제 나가려면 이걸 써야 돼~ 한번 만져봐"라고 하거나, "엄마도 이렇게 쓴다! 잘 봐봐~"하는 식이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순진했었다. 아이에겐 그저 한낱 놀이나 장난쯤이었겠구나 싶어서다.


그런데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하니, 마스크를 진짜 써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에 진심인 엄마가 된 것. 막 걷기 시작한 아이와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산책도 하고 싶고, 문화센터도 다니고 싶었다. 특히 이젠 어린이집도 가야 됐다.


우선 주변 이야기를 들어봤다. 많은 경험담이 있었지만 뇌리에 박힌 건 '우리 아이보다 늦게 태어난 아이가 마스크를 잘 쓴다'는 거였다. 친정 엄마 아빠가 길거리 가다 마스크 쓴  애기를 봤는데, 9개월이라고 했다는 거다. 남편 친구의 딸도 우리 아이보다 늦게 태어났는데 마스크를 잘 쓰고 있다고 했다.  


다급해진 나는 날을 잡고 마스크를 씌워보기로 했다.


첫 번째로 시도한 건 부직포 마스크. 피부에 닿는 게 까끌까끌해서인지 아이는 격렬하게 저항했다. 싫다고 벗기려는 아이를 붙잡고 못 벗게 하자 아이는 대성통곡을 했다.


그러나 어쩌랴. 지금은 코로나 시대. 마스크는 안전과 직결돼있다. 마음이 아팠지만 강제로라도 씌우겠다는 생각으로 바둥거리는 손을 붙잡고 텼다.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이렇게 강제로 무엇인가를 시킨 적이 있던가. 생각해보니 없다. 그저 아이가 가고 싶은 대로, 만지고 싶은 대로 놔두고 놀게 했다.


아이가 너무 자지러지게 어서 결국 안고 달랬다. 그 와중에도 마스크를 손에 쥐어주려 했더니, 아이는 마스크가 꼴보기 싫었는지, 손에 닿는 것조차 싫어서 손사래를 치며 격렬히 울었다.


결국 마스크를 씌우지 못했다. 그렇게 부직포 마스크와는 이별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코로나 시대에 태어난 걸 어떡하란 말인가. 고작 11개월인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었지만 엄마인 나는 마스크를 씌워야 했다.


두 번째는 비말 필터와 KF80 필터를 끼울 수 있는 천 마스크였다.


천 마스크 딱거부하진 않았다. 기세를 몰아 어찌어찌 '턱스크'를 성공했다. '턱스크가 어디냐' 싶었지만 조금 나아가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강제가 아닌, 유인책을 써보기로 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인 '출동! 경찰 상어'를 TV로 틀다. 노래에 영혼이 뺏긴 사이 마스크를 잽싸게 지 올렸다. 마스크가 코까지 올라오다니. 감격에 겨웠다. (모든 공을 핑크퐁에 넘깁니다.)


물론, 아이 곱게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유모차를 탄 아이는 마스크를 자꾸 손으로 벗겼다. 성인인 나도 이렇게 더운 날씨엔 마스크가 답답한데 아이는 오죽할까, 측은지심이 들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아이가 마스크를 거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정말 기뻤다. 부직포 마스크를 씌울 때 너무 울어서 마스크를 아예 거부하면 어쩌나 고민했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마음을 읽었는지, 아이는 오늘도 엄마에게 져줬다.


이렇게 또 아이에게 고마운 하루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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