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고 회사로 돌아가선 제일 많이 한 말이다. 복직해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그럼 아이는 어떻게 하냐'라고 물었다. 그럼 나는 아빠가 육아 휴직을 내서 당분간은 아빠가 아이를 돌보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이 말에 대부분 반응은 비슷하다. 말들은 서로 달랐으나, 내재돼있는 속뜻은 같았다. 어떻게 남자가 육아휴직을 낼 수가 있느냐는 거다.
우리나라에서 육아휴직은 여성의 '전유물'같은 것이었다. 여성의 독박 육아 현실을 고발하는 페미니즘 같은 시각을 말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여성이 육아를 하는 게 사회적 통념상 더 자연스럽게 받아지는 건 사실이다.
재밌는 건,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육아 휴직을 1년이나 낼 수 있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휴직을 내기 전 맘 카페를 열심히 들락거렸는데, 출산 다음으로 많이 찾았던 키워드가 '복직'이었다. 나야말로, 내가 육아 휴직을 마치고 다시 일할 수 있을까, 내 자리가 있긴 할까란 불안감에 시달리던 우리나라 보통의 여성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맘 카페에서 글로 만난 다양한 엄마들은 회사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퇴사하거나, 복직 후 아이를 양육할 방법이 없어 스스로 일을 그만두는 경단녀(경력단절녀)의 삶을 살고 있었다. 여성조차도 육아휴직 1년 후 다시 제 일을 한다는 게 쉬운 세상은 아닌 거다.
그러니 이런 세상에서 남자가 육아 휴직을 한다는 건 대단한 일일 수밖에 없다. 휴직을 결정하고 회사에 '육아휴직을 내겠다'는 말을 했을 남편. 그 행위야말로, 사회적 통념을 깨려는 시도다. 회사 내 입지, 승진 등등 모든 일이 걱정됐을 것이 뻔함에도,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와 추억을 쌓겠다며 어렵게 한 결정일 터다.
더욱이 남자가 육아를 한다는 게 사회 통념상 가당키나 했을까. 기저귀를 갈고, 밥을 먹이고, 아이와 하루 종일 놀아주고, 아프면 병원을 데려가고, 밤에는 재우고. 이 단순한 육아의 사이클을 덤덤히 견디는 일은 '바깥일'을 하는 남성에게는 지루한 일일 뿐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남편이 대단해 보인다. 물론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지 각자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으로 양육을 도맡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는 요즘 엄마보다 아빠를 더 찾는다. 1년 3개월간 먹이고 재우고 씻겨놨더니 아빠만 찾는다며, 섭섭하기도 하다. 그래도 아이가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더불어 큰 용기를 낸 남편과 그 용기를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고 휴직을 내준 남편의 회사가 정말 대단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