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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빗 Dec 22. 2021

왜 글을 쓰나요?

얼마전 메일로 문화예술인 일자리 수요 설문조사 요청을 받았다. 내가 '예술인'에 속하는 사람이 맞나 잠시 고민했지만. 아마 작년에 공모전에 입상해 작가로 잠시 활동했던 것이 이유일거라 짐작했다. '예술인'이라.


'예술인', 예술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을 일컫는 말일텐데. 안타깝게도 난 그 범주에 속하는 사람은 되지 못한다. 그리고 (아마 단언컨대) 대다수가 전업 예술인으로는 살지 못하는 게 현실일 것이다. 생업에 쏟아붓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삶은 풍요로워지고 안정되니, 그것을 본캐라고 칭할 만도 하지만. 그럼에도 땡전 한 푼 되지 않는 예술을 부업이 아닌 장차 본업이 될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회사원이다. 직장은 내게 따박따박 들어오는 급여를 선물한다. 참 감사한 곳이다. 특별한 재주없는 나의 가치를 인정해 고용해주고 밥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니. 그럼에도 또 다른 삶을 꿈꾸는 이유는, 사람이 밥만 먹고 살지는 않기 때문일거다.


나는 글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글쓰는 사람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먹고 살기 힘든 사람을 살리는 글을 쓰고 싶다.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변화되지 않는 삶, 남들과 같은 출발선 상에 있던 것 같은데 어느새 격차가 벌어져 따라잡길 포기해버린 삶, 관계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삶. 그런 마음이 가난한 삶을 배불리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래도 아마 나는 한동안 현실에 발을 붙인 채 사는 회사원일거다. 그러면서 동시에 글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남의 돈을 받아먹고 사는 사람에 그치지 않고 남을 먹여 살리는 사람이 되려는 선한 욕심. 그 마음이 변질되지 않았으면 한다. 왜 글을 쓰느냐고 누군가 물었을 때 나의 대답이 달라지지 않았으면. 유명한 사람. 고액 개런티를 받는 사람.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 혹은 그에 준하는 뭔가를 이뤄내든 그렇지 못하든 간에 글을 쓰기 시작한 처음을 기억하길 바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먹고 살기가 참 어렵다. 그래도 예술이라는 사치를 부려보려 한다. 열심히 일해 이 한몸 건사하기도 쉽지 않은 일개 미생이지만, 오늘도 꾸역꾸역 글을 쓴다. 노동의 삯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웅크리고 있는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고 울부짖는 외침에 메아리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니까.


그러니 오늘도 게으름 피우지 말고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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