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람지 Aug 23. 2021

Easy first 그다음은?

#힙서비콘3#지그재그 #디팝 #정육각#왕이원뮤직

언젠가 올지 모르는 영감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기획자가 되기 위한 아카이빙 프로젝트 <기획자의 영감 창고> 4편




얼마 전 원티드 플러스를 통해 힙서비콘3를 뒤늦게 봤다. 그중 'Easy first'라는 강연이 특히나 인상 깊었는데, 한 줄로 요약하자면 '사용자가 쓰는 이유는 쉽게 해 줘서 안 쓰는 이유는 어려워서'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쉽게 만들 수 있지? 에 대한 대답은 힙서비콘3 VOD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크흠.. 너무 광고 같지만 아니다. 오늘은 VOD에서 소개받은 방법 중 한 가지에 대해 내가 찾은 사례들을 정리해보았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것은 내가 해본 것'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어떻게 쉬운 UX를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보자.


글을 쓰다 보니 한걸음 더 나가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익숙한 것이 쓰기 쉬운 것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기획자는 다양한 이유로 익숙함과 새로운 시도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익숙해서 쓰기 쉬우면서도 가치를 더한 UX들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추가해보았다.  


INDEX

1. 해본 것이 가장 쉽다 

2. 익숙하지만 새롭게 




1. 해본 것이 가장 쉽다 


오프라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지? #지그재그

해본 것이 가장 쉽다에서 해본 것을 찾는 첫 번째 방법은 오프라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지?를 고민해보는 것이다. 지그재그 브랜드 탭에서의 탐색 과정은 오프라인에서 우리가 쇼핑하는 과정과 닮아있다. 


서장훈 대표님은 폴인 인터뷰에서 지그재그의 경쟁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프라인에서의) 소비 패턴을 앱에서도 구현하고 싶었다. 지그재그는 처음에 들어오면 쇼윈도우를 둘러본 뒤 쇼핑몰의 디스플레이에서 옷을 담고, 담아놓은 걸 비교한 뒤에 결정할 수 있게 해 놨다. 소비자들이 이 경험을 편하게 느끼니 계속 찾는 거라 생각한다. 지그재그의 핵심 경쟁력은 바로 이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지? #디팝 

depop 앱 화면 캡처

오프라인에서만 찾기엔 경험의 많은 부분은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 때문에 타겟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서의 행동을 살펴보다 보면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중고로 물건을 사다 보면 '사용감 많아요', '사용감 거의 없어요'와 같은 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중고 거래에서 사용감은 가격과 구매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의류 중고거래 앱 'DEPOP'은 이런 니즈에 맞게 Condition Filter를 추가했다. 



페르소나를 고려해서 뾰족하게 만들자 #벨로그


어느 날 옆자리에서 공부하던 개발자의 노트북을 훔쳐봤는데 에디터가 아주 독특했다. 이게 무엇이냐고 묻자 Velog라고 하는 개발자용 블로그 서비스라고 했다. UX를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벨로그 에디터 화면 캡처


(1) 마크다운 문법을 사용할 수 있다. 

웹 개발에서 사용되는 문법이라고 하는데, 노션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꽤 익숙한 문법이다. 

## : 헤딩 2 

- : 불릿 

>  : 콜아웃


(2) 왼쪽에는 에디터, 오른쪽에는 웹 결과물을 보여주는 화면 

 

벨로그 만드신 분이 유명한 개발자 분이라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개발자들에게 굉장히 익숙한 문법과 화면 배치를 서비스에 사용하고 있었다. 옆자리 개발자 D씨는 실제로 에디터가 편해서 벨로그를 쓴다고 한다. 


우리 서비스의 타겟 유저들이 평소 어떤 행동을 자주 하는지, 어떤 언어를 쓰는지 잘 관찰하고 기록해두자. 서비스 내부 데이터만 들여다보지 말고 넓게 보자.    



2. 익숙하지만 새롭게


귀찮은 푸시 알림이 아니라 메세지 #아이디어스

아이디어스 화면 캡처

아이디어스에는 판매자들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는 채팅 기능이 있다. 그런데 이를 잘 활용하면 아이디어스가 유저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효과적인 채널로도 사용할 수 있었다. 위 캡처 화면은 회원 가입을 했을 때 받은 웰컴 메세지이다. 푸시 알림은 상대적으로 광고성이 많다 보니 사용자가 느끼기에 귀찮게 느껴진다. 그래서 대부분 확인하지 않고 쓱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에 반해 메시지로 받았을 때는 개인적으로 반감이 덜 느껴졌다.


*실제 아이디어스에서 채팅을 광고성 푸시 알림 대신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니다.


채티 앱 화면 캡처

채팅 UX를 온보딩에 활용해 가독성을 높인 사례도 있다. 바로 채팅형 소설 앱 채티이다. 탭을 하면 말풍선이 하나씩 나타난다. 긴 글 대신 짧은 메세지의 형태로 서비스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어서 부담 없이 술술 읽혔다. 또한 온보딩에서 느낀 것 그대로가 채티 서비스의 정체성이라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좋아요 대신 박수치기와 안아주기 #미디엄 #왕이원뮤직 


(좌) 미디엄 화면 캡처 (우) 왕이원뮤직 안아주기 기능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거치며 사람들은 좋아요에 익숙해졌다. 미디엄과 왕이원 뮤직에서도 좋아요 같은 공감 기능이 있다. 다만 서비스에 맞게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UX를 변형했다.


미디엄에서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박수는 짝하고 끝나지 않는다. 꾹 누르면 원하는 만큼 짝짝짝짝 박수를 보낼 수 있다. 좋은 글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 박수치기 UX가 좋아요보다 미디엄의 가치를 더 잘 나타내고 있어서 좋았다. 


왕이원 뮤직에서는 음악을 매개로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좋은 노래는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게 하는 힘이 있다. 종종 유튜브에서도 노래 영상에 댓글로 사람들이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그럴 때 힘내라는 의미로 좋아요를 누르곤 하는데 그게 참 어색했다. 왕이원 뮤직은 두 손가락을 이용해 다른 사용자를 안아줄 수 있는 UX를 만들었다. 


* 왕이원 뮤직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중국 Z세대를 사로잡은 음악 앱>에서 볼 수 있다. 



고기는 두껍게 썰어주세요 #정육각

정육점에서 고기를 살 때 엄마는 매번 두껍게 썰어달라는 요청을 덧붙였다. 두꺼운 고기가 육즙이 풍부하고 맛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우리 가족의 취향이고, 개인마다 선호하는 두께는 다르다. 하지만 고기의 두께가 꽤나 중요하다는 것은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공감할 것이다. 


정육각 이전에 온라인에서는 이런 경험을 할 수 없었다. 공장식으로 이미 포장되어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구매해야 했기 때문이다. 정육각에서는 두께에 대한 요청을 쉽게 할 수 있다. 감동적이다. 물론 정육각의 핵심 가치는 '신선'해서 맛있는 고기다. 그러나 두꺼운 고기가 좋아 그동안 오프라인만 이용했던 누군가에게는 이런 UX는 새로운 소구 포인트가 된다. 

작가의 이전글 자연스럽게 바이럴을 만드는 UX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