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리뷰,스포없습니다
어떤 이야기는 비유를 위해 존재하기도 하지만 오로지 비유를 위해 이야기를 짓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은 말리고 싶다. 일단 가성비가 꽝이고 (설득이 하고 싶으면 대개는 최대한 논리적인 근거로 그냥 들이받는 게 더 빠르고 편할 테니까) 아무리 착 달라붙는 비유를 갖다 붙인다 해도 이야기로서 해석의 여지가 있는 이상 새로운 논란을 낳는데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도 강요되지 않는다는 믿음 하에 원하는 방향으로 잘 ‘설득’시키는 이야기들도 있다. 하지만 어디 그게 쉽나? 점점 많은 이야기들이 다양한 매체로 쏟아지고 있다. 이젠 웬만한 화술로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노매드 랜드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에피소드들은 참 잘 '셋업'되었구나 싶다. 이야기들이 들어왔다가 빠지는 타이밍이라던가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준다 하는 부분이 참 유려해서 배치가 잘 되었구나 느낀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주는 감상이 단순히 잘 짜인 이야기 안에 머물지는 않는다. 그 원동력은 주인공에 대한 묘사다. 나와는 동떨어져 있는 추운 배경과 상황에 있는 주인공을 응원하고 이해하고 싶어 지게 만드는 과정. 영화는 주인공을 이해시켜 달라고 지레 자극적인 키워드를 던지는 짓을 하지 않는다. 영화 시작과 함께 15분 안에 드러내는 대전제, 그리고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 대처하는 미시적인 부분.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주인공이 말하고 행동하는 사고의 우선순위가 이를 어기지 않으니까 다른 사람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살아있는 인물로서 그녀가 겪는 이야기를 믿게 된다.
그래서 영화적으로 타이밍 좋게 들어오고 나가는 이야기의 구성도 어느 순간부터 완성도를 갖춘 영화의 만듦새에서 벗어나 캐릭터를 시험하고 더욱 알아가게 만드는 과정으로서 익스큐즈 된다.
언뜻 보면 자유롭고 프리 한 소재를 다룬 인디 갬성이 돋보이는, 영화로서도 마구 휘둘러 댈 것 같은 인상이지만 다문 한 사람의 삶에 가까이하기 위해 오롯이 끈기를 가지고 나아가는 구성이 돋보이는 그 집중력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까지 주인공에게 주어진 대전제를 배신하지 않은 데서 영화는 뚜렷한 관점을 새겨 놓는다.
‘머물기 위해 떠난다’ 어휘가 부족해서 그저 이런 뜬구름 잡는 표현밖에 생각이 안 난다. 그만큼 개인적이면서도, 아니 아주 개인적이기에 넓은 진폭을 가진 메시지를 체감하는 폭넓은 영화다.
보는게고통 / 허접합니다 / 기본만한다 / 무난하네요 / 양호합니다 / 아주좋아요 / 내인생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