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우울한 당신
희망차게 다이어리에 적어놓은 신년 계획은 5월이 되도록 보류 상태다. 나에 대한 의심이 복잡한 머릿속에 똬리를 튼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스스로 찌질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요즘같이 나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불가항력의 힘에 의해 일상이 위협받을 땐 특히나 더 그렇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이렇게 쿨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맘처럼 심플한 것이 아닌지라. 가벼운 불안이라 느꼈던 감정이 순식간에 우울로 번져버린다. 처음은 무력한 자신에 대한 가벼운 책망으로 시작한다. '나는 왜 이럴까?', '나 왜 지금 이러고 있지?'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아주 사소한 이유로 깊은 우울 속으로 빠져버리고 만다. 심연에 다다른 물음표는 더욱더 집요하게 사람을 물어뜯기 시작한다. 트라우마로 남아버린 부모님과의 대화, 영원할 줄 알았던 친구와의 다툼, 진실된 사랑이라 믿었던 연인의 배신. 바쁜 일상 속에 묻어버렸던 상처가 다시 따끔거리기 시작한다.
새벽 3시가 되도록 말똥한 나의 눈은 코딱지만 한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검은 화면에 하얗게 박힌 유튜브 덧글을 하염없이 내리며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린다. 코로나로 심적으로 우울해진 사람들이 하나둘 기댈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심리 관련 유튜브이다. 거의 실시간으로 덧글이 달린다. 수백 개의 덧글 속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천천히 읽는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게 털어놓는 진심을 들여다본다. 좁은 집구석에서 나 자신과 평화롭게 지내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렇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우연히 국가에서 제공하는 무료 '전화 상담서비스'를 알게 됐다. 이는 코로나로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들을 위해 한국 심리학회에서 전화로 심리상담을 해주는 서비스이다. 총 3회까지 무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한참을 망설이다 통화버튼을 눌렀다. 상담사분은 전화상담만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불가하다는 내용을 상담 전에 고지하셨다. 사실 그런 걸 바라고 통화버튼을 누른 건 아니었다. 그냥 털어놓고 싶었다. 사람들이 유튜브 덧글에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
나는 이 작은 불안함과 우울함이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잠을 이루지 못하는 당신도 늦기 전에 털어놓아야 한다. 깊은 상처는 혼자 끌어안지 말 것. 그리고 오늘의 찌질을 내일의 우울로 가져가지 말 것. 이쯤이 끝일까 싶을 무렵 급 하강하는 롤러코스터처럼 우리의 삶은 예측 불가이기에. 오늘은 좀 찌질하여도 내일은 또 쿨한 척 웃어넘겨야 하기에. 오늘 밤에 품은 이 찌질한 마음의 기한은 딱 오늘까지다. 내일의 내가 품어야 할 또 다른 서투른 마음을 위해, 오늘의 찌질함은 오늘 밤에 묻어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