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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북오름 Mar 15. 2023

헬로, 니하오 싱가포르

우리 생애 첫 한달살기 #4


창이 공항은 인천 공항만큼 좋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입국 심사대로 가는 길, 깔려 있는 카펫에서부터 실망스러웠다. 칙칙하기 그지없는 그 카펫이 내 머릿속 싱가포르와는 매칭이 되지 않았다. 며칠간 여행하면서 그 외에도 맞지 않은 구석이 좀 있었다. 2022년 공항순위를 보자면 인천이 창이보다 뒤처지고 있었지만 시설과 쾌적함을 따졌을 때 적어도 나의 순위는 인천이 훨씬 앞서있다. 나중에 출국할 때 들렀던 '쥬얼창이'나 다른 부대시설을 입국할 때는 이용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입국 심사하러 가는 긴 카펫 길에서는 그랬다. 입국조건을 갖추고 비행기를 타긴 했는데 입국 심사대를 통과할 때까지는 여전히 긴장되었다. 하루 동안 부랴부랴 준비한 이런저런 서류들 (영문 코로나 음성증명서, 영문 여행자보험 서류, SG입국카드 메일)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 프린트해 왔다. 여권과 몇 장씩 되는 서류를 들고 기다리는 줄에 서서 먼저 심사를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느라 계속 고개를 빼꼼거리다 드디어 나와 아들의 차례. 여권을 내밀고 얼굴 촬영과 지문 스캔을 하고 끝! 별다른 서류 요청과 질문 없이 뭔가 허무하게 끝나버린 심사였다. 아니 다행인 입국 심사였지. 입국장을 나와 미리 클룩에서 구입한 유심 찾는 곳을 가니 늦은 시간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와 아들은 데이터를 당겨 쓸 생각으로 남편 핸드폰에 유심을 장착했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시내에 있는 호텔로 출발했다.



한달살기를 할 동안 우리는 체크카드를 쓰기로 했다. 

미리 트래블 카드를 신청하지 못했고 요즘 둘 다 신용카드를 거의 쓰지 않아 해외에서 사용 가능한 체크카드(데빗카드)를 쓰게 되었다. 혹시 몰라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만 여벌로 챙기고 현금은 5만 원권으로 딱 100만 원만 챙겨 왔다. 싱가포르도 말레이시아도 그랩에 카드를 등록해 쓰거나 무언가 결제할 때도 현금보다는 카드를 쓸 수 있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해 이 정도 준비만 했다. 그래도 메인으로 쓸 체크카드가 제대로 결제가 되어야 한 달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편히 지낼 수 있으니 첫 결제가 잘 되는지 궁금했다. 일단 호텔까지 가는 택시비를 카드로 결제해 보자! 싱달러 한 푼 없이 카드 결제가 안되면?? 나는 '그러면 어쩌지?' 남편은 '그럴 리 없어! 될 거야.' 우린 늘 그렇게 한 명은 걱정 먼저, 한 명은 긍정 먼저 하면서 함께 한다.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카드를 기사님께 건네고 카드리더기가 결제를 하는 동안 한참이나 로딩이 걸렸다. 나는 또 그 길지 않은 순간에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결국 우리의 체크카드는 핸드폰에 결제 메시지를 띄우며 역할을 잘해주었고 당연한 얘기지만 여권 다음으로 중요한 물건이 되었다. 



꽤 긴 시간 호텔 체크인 수속을 했다. 

여권과 이런저런 것들을 확인한다 하더라도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손놀림만 빠르고 일처리가 무척 느렸다. 너무 한국사람 기준으로 생각한 건가? 아무리 그렇더라도 방배정하는 게 30분 넘게 걸릴 일인가? 한참동안의 방배정과 TV공사소음에 관한 사항 등을 듣고 로비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아들과 짐을 끌고 방으로 갔다. 넓지 않은 방에 킹사이즈 침대 하나와 벽 쪽으로 작은 소파, 창쪽으로 작은 책상 하나, 뭐 있을 건 다 있으니 그걸로 충분했다. 배가 고픈 아들은 호텔 옆 건물에 있는 편의점에 가 장어가 들은 삼각김밥을 사들고 와 맛있다며 좋아했다. 그게 기내식으로 나온 비빔밥보다 만족스웠다니 다행이다. 특별한 계획 없이 온 여행이지만 그래도 제일 유명한 곳은 가봐야겠다 싶어 내일은 "가든스 더베이"를 갈 생각을 하고 침대에 누웠다. 

하루에 일정 하나! 그렇게 욕심부리지 말고 설렁설렁 다녀보자. 그렇게 다녀도 더위에 습도에 힘들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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