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생애 첫 한달살기 #7
가든스 바이 더베이에서 꼭 보고 싶었던 건
밤에 하는 슈퍼트리쇼였다.
우리가 클라우드 포레스트와 플라워돔을 관람하고 있는 동안 남편은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간 곳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남편은 마침 할 일도 있어 근처 카페에서 일을 하고 그 사이 우린 거대 온실 두 군데를 다녀왔다. 밤에 하는 슈퍼트리쇼는 함께 관람하기 위해 남편과 합체! 셋이서 공원을 산책하며 쇼하는 시간을 기다렸다. 검색을 해보니 슈퍼트리쇼는 슈퍼트리 아래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관람하기 때문에 미리 가서 자리를 잡는 게 좋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도 미리 자리를 잡으러 쇼 시작하기 한 시간 전쯤 슈퍼트리 있는 곳으로 갔다. 한 시간 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슈퍼트리를 중심으로 그 둘레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우리도 앉을 만한 곳을 물색해 자리를 잡았다. 준비성 좋은 사람들은 미리 돗자리나 깔개등을 준비해 왔다. 마침 바로 전에 들른 맥도널드 종이백이 있어 그걸 잘 찢어 나눠 앉았다. 아들은 나중에 그냥 그 자리에서 배낭을 베고 누워버리긴 했지만 어쨌든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더러워진 옷이야 빨면 그만이니.
하늘이 어스름해지고 슈퍼트리에도
하나 둘 불이 들어왔다.
하늘색이 점점 어두워질수록 슈퍼트리의 불빛은 더 반짝였다. 쇼를 알리는 방송이 시작되고 사람들의 함성도 터져 나왔다.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나무들은 반짝이는 불빛 춤을 추었다. 노래는 세계 각국의 노래가 나온다. 중국노래 "夜来香" 일본노래 "上の向いて歩こう" 그리고 우리나라 노래 "아리랑"이 연속으로 나왔다. 우리나라 노래라 그런 게 아니라 어둠 속에 흘러나오는 아리랑이 참 좋았다. 누가 부른 아리랑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맑고 그윽한 목소리가 이 밤과 참 잘 어울렸다. 알알이 박힌 불빛들의 슈퍼트리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미지의 세계에 있는 커다란 버섯 같기도 하고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나오는 어느 행성의 생물체 같기도 했다. 인공으로 만들어진 이 정원 자체가 그런 느낌이다. 나처럼 도심 속 거대한 자연을 기대하고 온다면 실망일 것이다. 하지만 자연이 목적이 아닌 도구로 쓰인 그런 테마파크를 생각한다면 가든스 바이 더베이는 더할 나위 없이 멋진 곳이다. 그리고 이 드넓은 공원을 온실돔과 몇몇 곳을 제외하고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는 점도 칭찬할 만하다.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들은 이곳을 얼마나 이용하고 즐기는지 모르겠지만 비용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이 멋진 슈퍼트리쇼는 누구나 관람할 수 있으니 말이다.
쇼가 끝나고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길.
왔던 다리를 다시 건넜다. 이번엔 가든스 바이 더베이를 등지고 마리나 베이샌즈 호텔을 바라본다. 기울어진 건물 위로 밤하늘에 떠 있는 배모양의 건축물이 위태로워 보이면서도 장엄했다. 다리 아래 강변을 따라 반짝이는 불빛도 저기 보이는 대관람차도 모두 이 멋진 야경을 위해 만들어진 것만 같다. 호텔을 가로질러 라이트 워터쇼를 하는 곳을 가면 이 밤이 더 아름답겠지. 그 모습은 싱가포르 마지막 날 여행의 피날레를 위해 남겨두고 호텔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