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북오름 Mar 17. 2023

클라우드 포레스트와 플라워돔

우리 생애 첫 한달살기 #6


이지링크 카드를 구입하고 지하철로
부기스역에서 베이프런트역으로 향했다.

가든스 바이 더베이 공원이 워낙 커서 걷는 게 힘들다면 셔틀버스를 타고 플라워돔까지 편히 갈 수 있다고 한다. 오늘 얼마나 걸을지 모르니 베이프런트역에서 플라워돔까지는 셔틀을 타기로 하고 미리 홈페이지에서 셔틀 티켓을 구입했다. 문제는 역에 도착해 홈페이지에 나온 대로 B출구로 나왔으나 어디에도 셔틀버스 정류장처럼 보이는 곳이 없었다. 그냥 일반 버스 정류장과 가든스 바이 더베이로 가는 엘리베이터만 보였다. 지하철역에서 확인 차 역무원에게 물어봤을 때도 B출구로 나가면 된다는 말 뿐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그냥 시간 버리지 말고 걸어가자 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가니 다리가 나왔고 저 멀리 슈퍼트리가 보였다. 아들은 신나게 그곳을 향해 뛰어갔다. 뛰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니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현실에는 저런 나무는 없으니 말이다. 나무들이 늘어선 다리 한쪽으론 슈퍼트리가 보이고 우릴 등지고 마리아 베이 샌즈가 있었다. 이 두 곳을 연결하는 오버패스란 이름의 이 다리 끝에서 드디어 셔틀버스 사인이 보였다. 그렇게 찾던 게 여기 있었구나! 홈페이지에서 좀 더 자세히 지도로 표시해 알려줬으면 좋았을 걸 정류장 이름만 써놓은 점이 아쉬웠다. 나만 찾기가 이렇게 어려웠던 걸까? 



셔틀버스를 타고 플라워 돔과
클라우드 포레스트가 있는 곳까지 갔다. 

생각보다 멀지 않은 거리였다. 비가 오거나 노약자가 있다면 셔틀을 타고 다니면 좋을 것 같다. 입구에 도착하니 역시나 유명 관광지답게 사람이 많았다. 아마 주말이라 더 많았을지도. 먼저 클라우드 포레스트부터 가보기로 했다. 클룩에서 미리 입장티켓을 구입했기 때문에 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인공폭포가 등장했다. 모두들 카메라를 들고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찍고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때는 아바타가 이곳의 테마였다. 폭포 앞에는 아바타에 등장하는 용의 형상이 놓여 있고 폭포를 지나면 곳곳에 나비족들과 아바타에 나오는 생물체들의 조형물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막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 "아바타 2"가 개봉을 했는데 제주에는 큰 스크린이 없어 서울에 가서 봐야지 하고 까먹고 있었다. 1편을 본 것도 십몇 년 전이니 아바타에서 기억나는 것은 나비족의 모습뿐이었다. 그 당시에 꽤 감동 깊게 봤던 그 느낌만 남았을 뿐 스토리도 장면도 거의 잊어버렸다. 2편을 보고 왔다면 이곳을 더 재밌게 즐기지 않았을까 싶다. 아들은 아바타라는 캐릭터를 예능 프로 신서유기에서 이수근 씨가 한 아바타 분장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태어나기도 전에 개봉한 영화니 그럴 만도 하지. 



클라우드 포레스트는 꼭대기 층으로 올라간 후
한 층 씩 관람하면서 내려오는 구조이다. 

층마다 다양한 식물과 조형물들을 배치해 두었고 기둥이 없다는 커다란 돔 형태의 온실의 규모를 높은 곳에서부터 느낄 수 있게 해 두었다. 입구에서부터 들었던 의문은 이 식물들이 과연 다 진짜일까였다. 온실도 폭포도 모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이곳에서 식물들 조차 자연으로 느껴지지가 않았다. 반질반질한 색감에 각양각색의 이파리들이 자연물이 아닌 인공물처럼 보였다. 그래서인지 클라우드 포레스트는 식물을 키우는 온실이라기보다는 테마파크에 더 가까웠다. 식물마다 설명은 쓰여 있었지만 주변에 주의 깊게 읽어보는 이는 없었고 저마다 이곳의 분위기만을 즐기는 듯했다. 물론 나도 길게 영어로 쓰인 설명은 시간상 패스하게 되고 어스름하면서도 기이한 이곳의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클라우드 포레스트를 나와 플라워 돔으로 향했다. 

플라워 돔은 곧 맞이할 춘절에 맞춰 온통 중국스러운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토끼해이니 토끼를 테마로 빨간색과 황금색의 장식들이 엄청 화려했다. 지중해와 아열대의 특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는데 내 눈엔 온통 다육이들만 보였다. 땅에 붙어서 널따랗게 펼쳐진 다육이부터 뾰족뾰족 탑처럼 생긴 다육이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춘절 시즌이어서인지 식물보다는 빨갛고 황금색으로 장식된 큰 규모의 토끼 장식들에 더 눈이 갔다. 오히려 식물들은 배경이 되어버리고 춘절 장식이 메인이 되어버렸다. 아마도 시즌마다 큰 행사별로 이런 장식을 해놓는 듯하다. 이런 장식이 없다면 심심할 수도 있을 테고 관람객들 만족도가 떨어질 수도겠지만 식물이 주인공이 되는 그런 온실을 생각했는데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 예전에 일본 이와지 시마에 있는 "기적의 별 식물원"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물론 그곳도 테마에 맞춘 장식이 있었지만 식물, 빛, 물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말 그대로 식물원 그 자체를 느낄 수 있다. 들어서는 입구부터 한눈에 들어오는 초록을 맞이하는 설렘과 발 길을 옮길 때마다 아름다운 꽃들의 손짓이 있었다. "기적의 별 식물원"은 마치 식물들이 주인공이 된 예술 무대와 같았다. 그에 비해 규모도 훨씬 크고 바오바브나무까지 가져다 놓은 플라워돔은 식물원인데 타이틀에 맞지 않게 꽃도 별로 없고 많은 부분이 아쉬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싱가포르 본격 관광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