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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북오름 Mar 21. 2023

찐하게 찐이다!
"바쿠테"

우리 생애 첫 한달살기 #10


 혼자만의 서점 투어를 마치고
남편과 아들을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갔다.

센토사 섬으로 들어가는 트램을 타기 전 점심을 먹기 위해 하버프런트 역 비보시티 쇼핑몰에 있는 송파 바쿠테에서 만나기로 했다. 싱가포르에서 뭐가 가장 먹고 싶었니?라고 묻는다면 그건 바로 바쿠테이다. 고기가 들어 있는 국물요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싱가포르 여행을 다룬 프로그램에 꼭 등장하는 바쿠테가 궁금하기도 했다. 돼지고기로 만든 갈비탕이니 어느 정도 맛이 예상되긴 하지만 직접 먹어보면 또 다를 테니 말이다. 싱가포르에서 제일 유명한 송파 바쿠테는 지점이 여러 곳 있는데 동선상 이곳 비보시티점을 찾았다. 여기도 큐알을 찍어 사이트에 들어가 메뉴를 고르고 주문하는 시스템이다. 메뉴 고르는데 시간을 지체하면 좀 민망할 때도 있는데 점원이 직접 오지 않으니 그런 부담은 줄어든다. 양이 어떤지 몰라 일단 2가지 종류의 바쿠테와 곱창, 삼겹살 조림을 밥과 함께 주문했다. 기대와 기다림 끝에 나온 바쿠테의 양을 보고는 응? 그랬다. 우리나라 국물 요리처럼 대접에 나오는 게 아니라 밥그릇만 한 사이즈의 그릇에 참 소박하게 담겨 나왔다. 첨엔 이거 누구 코에 붙이라고 요만큼 주나 했는데 나중에 점원이 다니면서 국물을 리필해 주었다. 향신료 향이 세게 느껴지긴 하지만 정말 깊은 맛이었다. 셋 다 모두 입에 맞았는지 밥도 추가, 바쿠테도 추가했다. 작은 사발에 계속 스푼을 담그고 입으로 가져오게 하는 찐한 국물 맛이 정말 찐이었다. 



센토사 섬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일 것이다. 

하지만 테마파크에 대한 안 좋은 기억으로 이번 여행에는 패스하기로 했다. 코로나 이전 마지막으로 간 해외여행은 홍콩이었다. 제주에는 테마파크라고 해야 몇몇 어트랙션을 탈 수 있는 신화월드가 고작이었고 홍콩에 간 김에 아들에게 크고 유명한 테마파크를 경험시켜 주고 싶어 디즈니 랜드를 갔었다. 하지만 홍콩 디즈니랜드의 힘듦은 어마무시했고 그 기억에 테마파크는 벌써 졸업하고 싶다. 덥고 찌는 날씨에 몇 시간씩 줄을 서가며 어트랙션을 기다리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아들이 힘들어 쓰러질까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더위는 내가 먹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몸살에 아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이후로는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조차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있으나 없는 걸로 생각했다. 클룩에 올라온 입장권들이나 투어 상품을 보며 아들에게 센토사 섬에서 가고 싶은 곳을 고르라고 했더니 다행히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아니고  "윙즈 오브 타임"이란 쇼를 보고 싶다고. 



트램을 타고 센토사 섬으로 들어와
먼저 실로소 비치를 가보았다. 

챙겨 온 비치타월을 펼치고 있는데 아들은 벌써 바다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동네에서 하던 대로 발을 비벼가며 조개를 찾고 있다. 아들은 어느 바다를 가든 조개헌터의 본능이 피어나는 듯하다. 조개는커녕 미역도 보이지 않는 바다를 보며 아들은 실망스러웠는지 이내 풀이 죽어 있었다. 풍경 또한 만족스럽지 못하니 모래사장에 앉아 있는 것도 덥기만 하고 재미가 없었다. 저녁에 하는 쇼라 시작하려면 한참이 남아 커피숍에서 좀 쉬었다 해안가를 다니는 무료버스를 타고 팔라완 비치를 갔다. 팔라완 비치에서 흔들 다리를 건너면 아시아 최남단 포인트가 있다고 해서 가봤는데 이곳도 별 감흥은 없었다. 제주 살면 바다 풍경에 대한 눈이 높아져 웬만한 해변을 가지 않고서야 성에 차지 않는다더니 싱가포르 해변들이 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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