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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북오름 Mar 29. 2023

웰컴 투 말레이시아!

우리 생애 첫 한달살기 #17


싱가포르에서 한 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비행기에 내려 입국장 밖으로 나가는 길 곳곳에 쓰여 있는 "Welcome to Malaysia" 표지판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입국 수속하는 곳에서부터 나오자마자 보이는 것은 유심을 파는 상점들이다. 미리 유심을 사지 않더라도 즐비해있는 유심 상점에서 원하는 날짜와 데이터 용량을 비교해 보며 살 수 있었다. 상점들 중 한 곳에 들어 가 각각의 휴대폰에 넣을 유심을 구매했다. 20여 일 동안 20GB 정도의 용량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여행 막바지에 남편은 데이터를 다 써버렸다. 그래서 이틀 정도 eSIM을 구매해 썼는데 만족도가 높았는지 다음에 여행을 간다면 굳이 유심칩을 갈아 끼지 않고도 한국에서 오는 연락도 받을 수 있는 eSIM을 사용하겠다고 한다. 입국장을 나와 유심까지 사고 나니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한달살기 여행을 떠나기 이틀 전, 생각지도 않았던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 여행지를 바꾸고 짧은 시간 동안 급하게 준비하고 아무 정보도 없이 쏘다닌 탓에 지난 일주일이 쫓기듯 지나갔다. 그래서인지 말레이시아에 도착하고 나니 마음이 너무 편했다. 물건이 한가득인 가방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고 느긋한 마음으로 고픈 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쿠알라룸푸르 시내까지 가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낮에 먹은 새우국수는 벌써 배에서 꺼졌고 배고픈걸 잘 못 참는 아들이 있으니 저녁 식사는 공항에서 먹기로 했다. 음식점들이 꽤 있었는데 왜인지 모르게 KFC에 꽂혔다. 말레이시아 KFC는 어떤 색다른 메뉴를 파는지 궁금했다. 키오스크로 가 메뉴들을 살펴보는데 말레이시아 KFC에선 밥을 팔고 있네?!! "Nasi lemak combo" Nasi가 밥을 뜻하는 단어인 걸 알고 있었는데 나시르막은 코코넛 밀크, 판단 잎을 넣고 지은 쌀밥에 반찬을 곁들인 말레이시아 대표 음식이었다. 밥과 삼발소스가 기본인 이 음식은 후에 우리 집 남자들의 최애음식이 되었다. 주문번호를 알려주는 전광판이 고장이 났는지 한참이 걸려서 나온 치킨과 나시르막은 양이 꽤 많았다. 우리나라 KFC 닭의 1.5배 정도는 되어 보이는 크기의 치킨 조각과 수북한 밥으로 배불리 치밥을 즐길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에서의 첫 끼니는 동남아답지 않은 물가와 (그래도 대체로 한국이나 싱가포르보다는 싼) 전 세계 어디에나 있는 패스트푸드 점에서 해결했다.



그랩을 불러 숙소까지 가기로 했다. 

도착한 곳은 Level2였는데 그랩과 같이 호출한 차를 타려면  Level1으로 내려가야 했다. 한 층 내려가 Door5로 호출을 하고 그곳에서 기다렸다 타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밤 9시쯤 호출을 했는데 차가 잘 잡히지 않았다. 몇 번의 재시도 끝에 차를 호출할 수 있었고 Door5 앞 대기 의자에 앉아 호출된 차의 번호를 모니터로 확인하며 기다렸다. 호출을 하고도 30분이 넘게 기다린 후 차를 탈 수 있었다. 앞으로 한 시간 후면 20일 넘게 우리의 보금자리가 될 집을 만날 수 있다. 얼른 가서 편안해지고 싶었다. 어디든 공항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길, 그 길이 제일 멀고 긴 길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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