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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군 Feb 15. 2022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하필 지금 걸리냐..."


 TIPS 및 지원사업 관련한 사업계획서 작성으로 바쁜 요즈음.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스터디랑 회의해야 할 것도 많은 요즘, 집-회사-집-회사 루틴으로만 생활하다 토요일 주말에 잠깐 나간 것 때문일까, 아님 다른 이유에서였을까. 일요일에 감기 몸살감기가 걸렸고 그 증상이 남아 있기에 너무 싸해서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자가검사 키트를 했는데 양성이 떴고, 바로 퇴근 후 PCR 검사까지 받았는데 양성이 나와 현재 자가격리 2일 차인 상황이다. (다행히 출근 내내 마스크를 벗지 않았고 자가 키트도 다른 공간에서 진행했으며 현재 전 직원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나로 인해 없던 코로나 체계가 생겼다니 다행일 노릇이다.)


 코 시국 2년 내내 아무런 증상도, 그 흔한 감기 증상도 없었고 몸이 피곤하지도 않았으며 주변에 걸린 사람도 없었던 나였는데, 2022년 설날이 지나자마자 난  인생 첫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게 되었다. '들삼재라더니, 이런 식으로 시작되는구나.' 싶었던 순간이었지만 다들 기겁하던 코로나의 무서움과는 다르게 현재의 나는 굉장히 담담하고 괜찮다는 사실에 그동안의 걱정이 호들갑처럼 느껴진다는 게 웃길 노릇이다. 


 생각해보면 자가 키트에 두줄이 떴을 때 먼저 든 생각은 '아, 하필 왜 지금 걸리냐.'였다. 그리고 오늘 오전 8시 42분에 양성 판정이 나오는 순간에도 나는 나에게 주어진 TIPS 사업계획서와 지원사업 마감을 위해 팀원들에게 전화를 하며 이 모든 것들을 끝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 시점에 다시 알게 된 것은, 워커홀릭이 자랑은 아니지만 가끔은 나 자신이 무서워질 정도로 일에 몰두한다는 점이었다.





 주변의 걱정과는 다르게 난 너무나도 괜찮다. 현재까지 증상은 감기 증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감기라고 해봤자 겨울에 늘 달고 다니는 코감기 증상뿐이고 그렇기에 현재 남은 타이레놀 8알을 하루에 1알씩 먹으면서 지내고 있다. (상비약으로 구비해서 망정이지...) 이번 주 일요일이 지나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다던데 전 국민이 무서워하는 병이 이런 식으로 치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갇힌 내내 허탈감을 느끼기도 했다.


 바로 직전에 법이 바뀌면서 3차 백신을 맞은 나에게는 격리 키트도, 약도, 보건소의 전화도 현재까지 오지 않는다. 그저 '전염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집에 갇히게 되었을 뿐 나의 생활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살짝 억울한 건 그동안 안 썼던 연차 2일을 이번 주 목, 금에 썼는데 그 기간을 격리기간에 다 써버렸다는 점? 이 회사를 다니며 오래 쉬는 게 이번이 처음인데 이걸 이렇게 날리니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더라. 


 일단 금, 토, 일, 월에 만났던 모든 사람들은 현재 '음성'이 뜬 상황이다. 다들 3차를 맞았기 때문에 필요시 PCR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증상은 전혀 없는 상태다. 심지어 확진이 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토요일'에 만난 멤버는 나와 초밀접 접촉을 했음에도 모두 음성이 나왔다. 


 증상도, 주변의 전염성도, 나의 상태 등 모든 것을 놓고 보니 나는 이게 '감기'랑 다를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에 10명 중 2-3명이 걸리는 감기처럼, 나 또한 감기가 걸렸고 나머지는 걸리지 않은 것이라면 위드 코로나를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순간 하게 되었다. 고위험군 이외에는 치사율이 높지 않고 타이레놀과 같은 감기약으로 치료가 되는 것이라면 감기의 또 다른 진화형이지 않나 싶은 생각도 하게 됐다. (걸려보니 든 생각이다. 물론 케바케일 것이다...)


 어찌 됐든 재택을 하고 집에 꼼짝없이 박혀 있다는 것 외에 나의 일상엔 변화가 없다. 열심히 일 중이며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업무를 하는 나 자신만 있을 뿐. 뭐 나중에는 생색 정도 낼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가 걸렸지만 업무 수행에 문제없었다는 이야기. 그래, 이력서 한 줄 적을만한 에피소드로 생각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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