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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현 Feb 23. 2021

유럽의 최남단 '지브롤터'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감

2020/02/28
잠을 자기에는 상당히 불편한 의자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고 자는 걸 반복했다. 4시가 됐다. 피곤해진 몸으로 세비야에 도착했다. 알헤시라스로 가는 버스는 7시 20분이라서 터미널에서 잠시 버텨야 한다. 대기실에 딱딱한 의자들이 있었다. 불편하지만 가방을 베개 삼아 누웠다. 잠자고 싶었지만 옆에 양아치처럼 생긴 1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남자애들이 있어서 가방을 경계했다.

산티아고 버스정류장에서 찍은 거지만 저런 비슷한 버스를 타고 알헤시라스에 감.

7시 10분쯤 되니 노란색 버스 한 대가 들어왔다. 다른 지역에서 출발했던 차인지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생김새가 보통의 유럽인들과 달랐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히잡을 쓰고 있었다. 알헤시라스에 모로코로 가는 배가 있으니 모로코 사람들이 많은 듯했다. 3시간 정도 지나 알헤시라스에 도착했다.


예약했던 호스텔로 바로 갔다. 문이 닫혀있었다. 초인종을 몇 번 누르니 직원 한 명이 나왔다. 얼리 체크인을 할 수 없으니 짐만 놔두고 3시에 와서 체크인을 하라고 한다. 다른 호스텔들과는 조금 달라서 의아했지만 나가라니 나가야지 뭐. 내일 가려고 한 '지브롤터'를 지금 당장 가야겠다.

지브롤터에서 찍은 표지판

'지브롤터'는 유럽 대륙 남쪽 끝에 있는 땅이다. 예전에는 스페인령이었지만 300년 전 영국과의 전쟁에서 패한 후 영국의 직할 식민지가 되었다. 스페인이 반환 요구를 하고 있지만 영국은 들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기구한 운명의 지브롤터를 한 번은 가고 싶었다. 버스터미널로 돌아서 11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가봤다. 몸이 피곤에 찌들어 있어 무겁다.

지브롤터에 있는 바위는 잘 보인다.

1시간 정도가 지나 지브롤터 국경이 있는 도시로 왔다. 버스에서 내릴 때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터미널 화장실에 갔는데 휴지도 없고 더러웠다. 나오려는 똥이 다시 들어간 것 같다. 국경 쪽으로 가면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있다. 거기 화장실을 써야겠다. 국경 근처에 식당 상가가 깔려있다. 맥도날드를 찾았다. 들어가서 직원에게 화장실을 물으니 바깥에 나가서 돌아가면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가 않았다. 포기하고 앞쪽을 봤다. 5분 정도 되는 거리에 관광안내소로 보이는 새 건물이 보였다. 미친 듯이 배가 아팠지만 서둘러 뛰었다. 화장실은 열려 있었고 휴지까지 있었다. 다행이었다.

지브롤터

볼일을 해결하고 국경심사대로 다시 갔다. 줄을 서고 있는데 안내 종이가 보였다. 1개월 안에 종이에 적힌 나라에 간 사람은 입국을 금지한다는 안내가 있다. south korea가 적혀 있다. 왠지 입국하는 게 귀찮아질 것 같은 예감이었다.

도로가 활주로가 되는 곳

나의 심사 차례가 되었다. 여권을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때 나는 한국을 뜬 지 3개월 정도가 지났다고 말했다. 도장 찍힌 걸 보더니 안심하면서 그냥 들여보낸다. 미리 선수치길 잘했다.

지브롤터 이모저모

지브롤터는 신기했다. 국경을 걸어서 들어가며 심사대를 나오면 가는 길의 교차로가 있는데 비행기 활주로이다.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는 사람과 차의 통행을 잠시 막아버린다. 유로와 파운드도 통용하고 있었다.

케이블카

아프리카가 보인다는 지브롤터 돌산으로 향했다. 케이블카가 있길래 타고 올라갔다. 산꼭대기에 전망대가 있었다. 바다 넘어 땅이 보여서 아프리카인 줄 알았지만 스페인이라고 한다. 아프리카는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볼 수가 있다. 덥기도 하고 귀찮아서 그냥 내려갔다. 케이블카는 편도만 끊었기에 걸어 내려갔다. 전망대에서 나오니깐 원숭이들이 북적인다. 먹이를 주지 말라고 적혀있지만 사람들은 지키지 않는다. 사람에게 호의적인 원숭이를 집중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지브롤터에는 원숭이가 많다.

다시 국경으로 갔다. 여권 보여주니깐 그냥 나갔다. 엄청 쉽다. 버거킹에서 끼니는 때웠다.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돼서 답답해졌다. 버스시간까지 1시간 기다려야 되는데 힘들 것 같다. 도시의 번화가를 돌아다녔다. 사람이 꽤나 있었다.

해가 저물 즈음에 버스를 탔다. 앉자마자 자버렸다. 푹 자고 있는데 느낌이 쎄했다. 급하게 눈을 떴는데 버스는 터미널에 도착하고 다시 지브롤터로 떠나려고 한다. 놀래서 아저씨한테 사람 있다고 말하고 쏘리쏘리 하면서 후다닥 내렸다.

지브롤터 경관

호스텔에 왔다. 검은 자전거가 있었다. 거기엔 많은 짐들이 올려있었고 태극기가 걸려있었다. 뭔가 대단한 사람이 타고 온 자전거임에 틀림없었다. 잠시 후 남자 샤워실에서 머리는 길고 피부는 까만데 콧수염이 난 한국인 남자분이 나오신다. 본능적으로 알고 싶은 사람이었다. 인사를 하고 말을 붙였다. 잠깐 이야기를 했지만 그분과 더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곳에 하루 더 있기로 마음먹었다.

원숭이 뒤로 지브롤터 국기가 보인다.

-이 날은 'Sevilla'에서 'Algeciras'를 거쳐 'Gibraltar'에 있다가 'Algeciras'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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