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7 리스본을 떠나는 날이다. 유럽 대륙을 벗어나서 아프리카를 잠시 간다. 비록 모로코만 간다. 하지만 지속된 허무함보단 설렘이 더 생긴다. 포르투갈에서 모로코는 세비야를 경유해서 '알헤시라스'라는 곳을 통해야 한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지중해를 넘어간다.
리스본에 있던 성당
가장 빠르게 가는 표를 구했는데 저녁 10시 반에 출발하는 버스이다. 짐을 맡길 수 있는 호스텔을 알아봤다. 지금 있는 호스텔은 하루 더 숙박하려면 30유로를 내야 한다. 그 돈으로 저녁까지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다른 곳을 찾아봤다. 7유로 하는 곳을 발견했다. 예약하고 짐을 꾸리고 나갔다. 무거운 배낭을 앞뒤로 매서 땀이 줄줄 흘렀다.
구글 지도로 건물을 겨우 찾았지만 5층이었다. 옛날 건물이라 엘리베이터도 없었다. 층간 높이도 상당했다. 앞뒤 배낭 합하면 30킬로 정도 하는 무게로 5층까지 올라갈라니 미칠 것 같다. 겨우 올라가 벨을 눌렀는데 5분 정도 있다가 주인분이 나오신다. 청소 중이라 못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10분만 더 늦게 왔으면 자신이 퇴근해서 체크인을 못했을 거라고 한다. 다행이었다.
리스본에는 요트가 많다.
짐을 내팽겨치고 난 다음에 밖으로 나갔다. 우선 끼니를 해결해야겠다. 배가 많이 고프니깐 뷔페에 가야겠다. 유럽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니 초밥뷔페를 선택해야지. 구글에서 뒤져봤다. 버스 타면 금방인 곳에 별점이 꽤나 좋은 곳을 발견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오질 않는다. 20분 정도 기다리고 걸어가려는 찰나 버스가 슬슬 내 앞으로 온다. 타려는 버스는 항상 내가 포기할 때쯤에 오는 것 같다.
목적지 근처의 정류장에 내려서 식당에 갔다. 문이 닫혀있다. 이유는 모르겠다. 몇 분 서성이다 다른 곳으로 갔다. 다른 뷔페식당에 들어가 가격을 물었는데 터무니없이 비쌌다. 그대로 나와서 가성비 좋은 곳을 찾았다. 다시 버스를 타고 두정거장을 지나면 있는 곳을 찾았다. 밖으로 나온 지 1시간여 만에 드디어 먹었다. 초밥뷔페이긴 했지만 중식뷔페였다. 한국과는 다르게 음료수가 공짜가 아닌 게 은근 짜증 났다.
리스본 해양박물관
밥을 먹고 밤까지 시간을 때울 곳을 찾아야 했다. 이틀 전 지도에서 봤던 '리스본 해양박물관'에 가고 싶었다. 포르투갈은 예전 대항해시대 때 명성을 날렸던 나라이다. 그것을 전시, 관람하게 한 박물관이다. 어렸을 적부터 대항해시대 게임 시리즈에 미쳐 살았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여행과 항해에 대한 동경이 강하다. 그렇기에 그곳은 무조건 가야 한다.
예쁘다.
이번에도 버스를 타고 박물관을 향했다. 여기가 2월이 맞나 싶을 정도로 포근했고 햇살도 뜨거웠다.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을 정도였다. 어서 빨리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버스에 내려서 조금 걸으니 박물관이 나왔다. 가는 길에 있었던 광장이 압도적으로 컸다.
엔리케 왕자 동상
박물관 안은 에어컨을 켜지 않았지만 햇볕이 들어오지 않으니 엄청 시원했다. 둘러보기 좋았다. 박물관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차있었다. 항해왕자로 불리는 엔리케 왕자의 동상을 시작으로 예전 배들의 모형과 그 내부 모습들, 선원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와 대항해시대의 역사가 있었다. 관심이 없는 사람은 별로 일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큰 감동을 느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갔던 에르메타주박물관보다 더 큰 감동이었다. 꽤나 오랜 시간을 둘러보다가 나왔다.
세계지도
그 후에는 근처에 '벨렘'광장이라는 곳이 유명하길래 찾아가 봤다. 뭐 별거 없었지만 관광객들이 많았다. 포르투갈에는 코로나 걸린 사람이 없으니 아무런 제약 없이 사람들이 잘 돌아다녔다.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젤라토 가게가 보이길래 그곳에서 젤라또를 먹고 몇 시간 동안 쉬었다. 혼자였지만 시간은 잘 갔다.
벨렘광장에 있던 벨렘탑
저녁에 호스텔로 돌아와 라면에 밥을 먹었다. 맛이 좋다. 음식은 한식이 최고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
해양 박물관에 있던 배
밤 9시가 되어서 세비야로 가는 버스를 타러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여권이 보이지 않았다. 금방 찾겠지 했는데 몇십 분을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놀라서 주인한테도 전화해서 물어봤지만 주인도 체크인할 때 돌려줘서 모르겠다고 한다. 마음을 가다듬고 가방을 탈탈 털었는데 톡 하니 나온다. 다시 가방에 짐들을 넣는 게 너무 힘들었다. 배낭을 메고 5층을 다시 내려갔다. 이것도 힘들었다.
해양박물관에 있던 배
터미널로 가서 타려는 타려는 버스에 세비야가 적혀있지 않아서 당황했으나 기사님이 맞으니 타라고 한다. 자리는 지정되어 있었으나 사람이 별로 없어서 아무 데나 앉았다. 새벽 4시에 세비야에 도착하니 의자를 제치고 잠을 자기 위해 억지로 노력했지만 허리만 아프고 잠이 오질 않았다. 그러나 1시간 정도 지나니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