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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재현 Feb 26. 2021

당신은 파란 바다를 닮았어.

모로코의 파란 도시 '쉐프샤우엔'

2020/03/02
창문으로는 막을 수 없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서 잠에서 깨버렸다. 2층인 방에서 밖을 내려다봤다. 사람들이 지나간다. 사막에 가까워서인지 바깥은 해는 쨍쨍했고 건물 안은 공기는 서늘했다. 더 자고 싶어서 창문을 닫으려고 했는데 삐그덕거리는 게 심해서 어렵게 닫았다. 잠을 더 자려고 시도했지만 이불만 1시간 동안 뒤척이다 일어났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호스텔은 이러했다.

호스텔에서는 아침을 제공했다. 1층에 있는 직원에게 말하고 옥상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가져다준다. 옥상에는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김리'를 닮은 분이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는 연기 나는 무언가를 피우고 계셨는데 자세히 보니 대마초이다. 잠깐 인사를 했고 그의 국적이 스웨덴이라는 것을 알았다. 간단한 신상만 파악하더니 그는 다시 대마를 물고 전화를 계속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통화했던 걸로 기억한다.

쉐프샤오엔에서 찍어봄

아침은 모로코 스타일 빵, 잼 그리고 차가 나왔다. 양이 적어서 다 먹고 1시간이 지나니 또 배고파진다. 먹을 것을 사러 밖으로 나갔다. 소다리가 그대로 걸려있는 정육점이 보였다. 만원 정도 샀는데 한가득 준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빵과 과일도 샀다. 이 정도면 배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구워 먹었는데 너무 질겼다. 옆에서는 '김리'아저씨가 계속 통화하고 있었다.

쉐프샤오엔의 고양이들


밥 먹고 누워있는데 너무 무료했다. 휴대폰으로 내일 여기를 떠나려고 버스 티켓을 예약했다. 떠나기 전에 사진이나 찍을까 싶어서 밖으로 나갔다. 인스타에서 가장 핫한 곳을 찾아가 봤다. 파란색 골목들이 상당히 예뻤다. 도시는 바다를 닮아있었다. 또 다르게 비유하면 파란 하늘을 뒤집어 놓은 듯했다.

쉐프샤오엔의 사람들

지나가다 생과일주스를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잘갈린 딸기주스를 주문했다. 한입마셨는데 맛이 없다. 걸어가면서 조금 먹다가 쓰레기봉투가 보이길래 그냥 버렸다.

골목은 예뻤지만 사람들은 좋지 않았다. 지나가는 아시아인들이 드물어서인가? 나를 보는 현지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인상을 찌푸리거나 아니면 조롱하는 듯한 눈빛. 어떤 골목을 지나갈 땐 히잡을 쓴 여성분은 나를 보더니 도망가듯 자리를 피한다. 어떤 어르신은 사진을 찍는데 왜 자신이 나오냐며 따지듯이 화를 낸다. 썩 좋진 않다. 이곳을 하루빨리 떠나고 싶었다.(한국에 돌아와서 카메라에 담긴 영상을 봤다. 어떤 어린놈들은 지나가며 가운데 손가락을 내민다. 시간이 지나도 화가 났다.)

여기 올라 왔을 때 아잔이 들렸다. 지금 영상이 업로드가 되질 않아 못올리고 있다.

정처 없이 골목을 헤쳐가다가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도시가 한눈에 보였다. 현지인들의 환영하지 않는 태도에 정신적으로 지쳐서 이곳에서 잠시 쉈다. 5시쯤이 되니 '아잔'이 울려 퍼졌다.(아잔은 무슬림들에게 기도를 알리는 소리이다. 주로 모스크에서 틀어준다.) 그것을 들으니 중동에 온 것 같았다. 뭔가 마음이 차분해졌다. 아잔을 30분 정도 들으니 끝났다. 숙소로 돌아와 아까 먹은 소고기를 또 먹었다.

쉐프샤오엔의 이것저것

밤에 정균이 형이 연락이 왔다. 내일 저녁에 이곳에 도착할 것 같다고 하신다. 내일 만나서 같이 밥을 먹자고 한다. 예약한 버스를 취소하려고 하는데 인터넷으로 할 수가 없었다. 내일 직접 사무소로 가야겠다.

쉐프샤오엔

-이 날은 'Chefchaouen'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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