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0
아침을 먹지 않은 채 맞이하는 점심시간의 배고픔, 그리고 버거킹을 사랑하는 마음.
이 두 가지는 나를 또 멍청한 짓을 하게 만들었다.
2시 반 마드리드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러 나갔다. 공항으로 일찍 가서 밥을 먹으려고 했다. 11시에 도착을 했다. 너무나 많은 시간이 남았다. 아침도 안 먹었으니 체크인도 하지 않은 채 짐들을 가지고 식당가로 갔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햄버거인 버거킹은 이곳에도 있을 것이다.
역시나 버거킹은 있었고 와퍼세트에 아이스크림까지 하나 뚝딱했다. 그래도 시간이 남길래 1시까지 선비마냥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짐을 실은 카트를 끌고 슬슬 체크인하는 장소로 향했다. 그런데 비행기가 떠나기 1시간 반 전인데도 줄이 엄청나게 길었다. 약간 의아해했지만 별생각 없이 기다렸다.
그렇게 20분 정도 기다리다가 내 앞에 있는 분에게 여쭤봤다.
"여기 줄에 있는 사람들 마드리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건가요?"
"아니요? 이거 마드리드 가는 비행기 타는 거 아닌데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줄이 없는 데스크에 앉아있는 승무원에게 물었다.
"마드리드 가는 비행기 타려면 어디 줄에서 기다려야 하나요?"
"마드리드요? 그거 1분 전에 마감됐어요. 20분에 끝인데 지금 21분이에요."
엥? 설마...? 순간 패닉 상태에 빠졌고, 그분에게 3번 정도는 더 물어보고 체크인을 포기했다. 세상에 이런 멍청한 짓을 하게 될 줄이야... 승무원은 5분 정도 걸어가면 다음 비행기표를 살 수 있다며 어떤 곳으로 안내를 해준다.
40만 원 정도 지불을 하고 4시 50분 비행기를 예약했다. 하아... 쓸데없는 곳에 돈을 날렸다.
3시가 되어서 신분증 검사와 짐 검사를 했다. 그리고 게이트로 들어섰다. 그곳에도 식당가가 있었고 버거킹이 바깥쪽에 위치한 정도의 크기로 버젓이 있었다. 이때 들이킨 공기는 나의 폐를 크게 한 바퀴 돌아 다시 입으로 한숨이 되어 나온다.
마드리드 전경. 다음날 찍음 해가 땅에 숨고 난 뒤에야 나는 마드리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날은 사진을 찍지 않아서 관련사진이 없습니다.)
다음날 찍은 마드리드 사진 -이 날은 'Barcelona'에서 'Madrid'까지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