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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연우 Oct 11. 2024

차를 사고 알게 된 남자들의 마음

실제 겪어봐야만 깨닫게 되나보다.

차를 산 지 벌써 5개월차가  됐고, 그동안 열심히 여기저기 다니고 있다.


초보 운전의 에피소드를 포스팅하다가, 

댓글에서 어떤 작가님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이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을 시작한 후로 지인을 태우고 다니기 시작했다.

친한 지인이 사는 강서구까지 열심히 차를 몰고 다녔다.


초보 운전자의 입장에선, 

도로가 막히면 예상 시간보다 훨씬 오래 걸리고 피로감도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데리러 갔는데, 

막상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집 앞에서 10분 이상 기다리게 되면 난 안절부절못하고 약간 짜증이 났다. 

'미리 준비하지, 왜 이렇게 늦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내가 늦게 도착하면(도로에 다니는 자전거 피하다가 길을 잘못들어 늦었다..)

상대방이 살짝 타박하는 말투가 있으면 그 또한 거슬렸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나는 강남에서 수업을 듣기로 했는데, 

그 지인이 자기도 수업을 듣고 싶다며 논현역에서 데리러 와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퇴근 시간이라 교통이 막혀서 그쪽으로 가면 나도 수업에 늦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날은 차를 가져가지 않으려던 날이라, 지하철로 오라고 했다.


수업은 7시에 시작했고 지인은 오후 8시가 다 되어 도착했다. 

그때 문득 '내가 데리러 갔으면 나도 한 시간 늦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일들이 쌓이다 보니, 어느 날 작은 사건이 터졌다. 

그 지인의 집 근처로 데리러 가서 교외 카페로 함께 갔는데, 

지인이 추천한 곳이 아닌 내가 미리 찍어둔 카페로 갔다. 

그런데 카페가 만석이라 시끄러웠고, 그 지인은 작업할 생각으로 왔다가 기분이 상해버렸다. 


갑자기 너무 시끄러우니 집에 가자고 해서, 당황스러웠지만 그녀를 집에 데려다줬다. 

그 과정에서도 길이 많이 막혔고, 지인을 데려다 주고 다시 그 근처의 카페로 돌아가는데도 꽤 오래 걸렸다.


그 일을 계기로 더 이상 그 지인을 데리러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문득 예전에 나를 항상 데리러 와주고 집까지 바래다주던 전 남자친구들이 떠올랐다. 

특히 교통이 막힐 때 얼마나 짜증났을까 생각하니, 그들의 수고를 더 인정해줄 걸 하는 미안함이 들었다.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을 겪으니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전에 어떤 남성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전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러 가던 중, 여자친구가 1시간 늦게 와달라고 해서 집 앞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는 것이다. 그때는 '정말 힘드셨겠네요' 하고 공감했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 

그분은 오히려 인내심이 강한 것 같기도 하다. 

나였으면 데이트고 뭐고 30분기다리고 그냥 집에 가버렸을지도 모른다. 

1시간은 좀 심했다.


차를 사니 이런저런 경험을 하며 역지사지로 생각할 기회가 많아진다. 

앞으로 남자친구가 생기면 가끔은 내가 차를 몰고 남자친구 집 근처로 가서 데이트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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