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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lee Jul 02. 2022

기억되고 싶은 어른   존경받는 어른

우리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안식년을 겸한 휴식의 시간을 가지고 올초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 우연찮게 글쓰기 강의를 하게 되면서 글쓰기 강사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다. 일단 밥벌이로써의 글쓰기에 관한 한 누구 못지않게 다양한 글쓰기를 해왔다고 자부하는터라 강의를 듣는 이들의 특성에 맞게 나름대로 구성을 잘했더니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나 역시 글쓰기란 나에게 무엇일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늘 고민하는 사람 중 하나다. 

개인적인 인생의 부침 속에서도 글을 쓰고 나를 객관화하는 과정을 거쳐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무사히 거쳤다. 고난의 내 인생을 연착륙시키는 과정에서 그 무엇보다 글쓰기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새로운 길을 찾는 방법의 하나로 누구보다 글쓰기의 이로움을 경험한 사람이다. 

 

인생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며 전문 작가로서 살아보고 싶다는 소망을 갖기도 했지만 솔직히 능력 부족으로 그 꿈은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하지만 이루지 못한 꿈은 늘 아쉽듯  전문작가로 살고 싶다는 소망은 남겨놓고 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대중적인 인기 작가가 될 순 없지만 ‘내 인생의 작가’는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다짐을 하며 내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다니던 회사로 복귀하면서 이제부터는 모든 일에 감사하며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동안 한인 미디어 회사에 몸담으면서 한인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으며 살아왔다는 점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내가 한인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작은 재능이라면 재능이라 할 소소한 글쓰기 능력으로 이 사회에 기여할 일을 고민하던 중 한인 이민사회의 문제인 가족 간의 소통 부재를 위해 글쓰기 강좌를 오픈하게 됐다

 

가족 간의 소통 부재는 결국 대화 단절에서 비롯된다. 부모와 자식, 부부간, 조부모와 손자들 간의 대화에는 상대방을 인정하는 마음이 필수적이다. 웃어른은 아랫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격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아랫사람 역시 웃어른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너무 당연하고 교과서적인 이야기들이다. 

 

헌데 이 너무나 당연하고 교과서적인 원칙을 따르기가 힘들다. 젊은이들은 주위에 존경할만한 어른이 없다고 한다. 요즘 한국 사회는 남북한 문제보다 영호남 지역갈등 문제보다 젊은이와 시니어들의 세대갈등, 여성과 남성의 젠더갈등이 훨씬 심각하다. 이곳 한인사회도 앞으로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특히 한인사회의 경우 가족 간 세대갈등 문제는 원활하지 못한 언어문제와 완전히 다른 바깥세상의 문화와 가족 내에서의 한국적 문화 등으로 인해 심각한 갈등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이를 입증하듯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 지상에는 가정폭력으로 인한 끔찍한 뉴스들이 도배되고 있다. 이렇게 심각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무늬만 패밀리지 자녀의 무시와 냉대,  부모와의 소통 부재 등으로 대화가 단절된 채 그나마 일상적인 이야기만 주고받으며 사는 가정들이 주위에 많다.   

 

어른들이 젊은이들로부터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진심 어린 존경을 받는 사회. 특히 이곳 미국까지 이민 와서 섬처럼 외롭게 살고 있는 한인 어르신들이 후대와 어울려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누고 고생스러웠던 이민자의 삶을 그들과 나누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나의 생각이 완전히 이해받지 못하고 자녀와 손자들의 생각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구조적 환경이 우리 이민가정의 문제다. 모국어가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한국어 교육을 시켜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언어 소통이 완벽해도 세대차이로 인해 소통이 어렵긴 하지만) 

 

언어와 문화 차이에서 오는 가족 간의 소통 부재는 이민생활을 더욱 힘들고 외롭게 만든다. 내 자녀들, 손자 손녀들은 알까? 이곳 먼 타국에서 차별과 혐오를 견디며 힘들게 살아냈던 우리들의 이민생활을? 거슬러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도 젊은 시절 꿈이 있고 첫사랑의 열병을 앓았으며 하고 싶었던 것 많았던 청춘들이었다는 사실을?

 

이런저런 고민 끝에 우리의 지나온 삶들을 진솔하게 직접 글로 써서 자녀와 손자 손녀들에게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미치게 됐고 이런 강의라면 내 작은 재능도 유용하겠다 싶었다. 이렇게 로스앤젤레스 한인 시니어 센터의 ‘자서전 글쓰기’ 클래스가 생겨나게 됐다.  

 

이렇게 시작한 ‘자서전 글쓰기’ 프로젝트가 이제 첫 번째 세션을 마쳤다. 시니어센터에서 흔쾌히 이 강의 개설을 허락하지 않았다면 아마 LA에서 자서전 글쓰기 클래스는 열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난 4월 8일 첫 강의를 시작으로 많게는 21명, 적게는 10명의 수강생들이 꾸준히 강의실에서 글을 써주셨다. 처음에는 몇 줄 적는 것도 힘들어하셨던 어르신들이 날이 갈수록 한 장 두 장 페이지를 넘겨가며 글 쓰시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좀 더 스마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기초 지식도 강의안에 준비했고 사진 등을 모아놓는 일들에 어려움을 느끼는 시니어들이 많으셔서 구글 포토를 활용해 아카이빙 할 수 있도록 강의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많은 도움이 되셨기를 바랄 뿐이다. 

 

12강을 마치고 뭔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그동안 클래스에서 작성했던 글들을 모아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작은 책자를 발간했다. 힘들게 글을 쓰신 만큼 작은 결과물들을 선물해드리고 싶어 나름 열심히 작업하고 제작비 마련을 위해 한인사회의 지원도 받았다. 

3개월 동안 강의를 들으며 숙제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자서전 클래스 13명 수강생들이 쓴 글들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드렸다. 생각도 못했던 선물을 받고 모두 즐거워하셨다.

 

자신의 글이 활자화돼 엮인 책을 두고두고 볼 수 있으니 이 클래스에 등록해 12강을 따라오시며 매주 숙제(?)처럼 내드린 에세이들을 기꺼이 써서 제출하셨던 수강생들에게는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이제 12강을 돌이켜보니 우리 클래스에서는 눈물 한 방울 안 흘린 이가 없을 만큼 모든 수강생들이 진지했고 진솔했다. 수강생들은 직접 쓴 글을 앞에서 나와 발표하며 삶을 되돌아보고 상처를 보듬었다. 어떤 이는 너무 힘들다며 상처를 들여다보기 힘들다고 흐느끼기도 하셨다. 

 

그렇게 보낸 3개월이 이제 막을 내렸다. 2022년 4월에서 6월까지 자서전 글쓰기 클래스를 함께 한 수강생 분들과 나 역시 인생에 있어 귀한 시간이 된 듯하여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P.S.1. ‘기억되고 싶은 어른 존경받는 어른’은 수강생 분이 적어주셨던 문장에서 인용했습니다. 우리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이 한 문장으로 모두 설명이 된 듯합니다. 

여러분들은 제게 수강생이자 모두 인생의 선배님들이었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힘들기도 했지만 행복했음을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합니다. 곧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6/12/2022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시니어센터 자서전 클래스 강사 이명애


P.S.2  브런치를 대하는 나의 새로운 태도

브런치에 도대체 몇 개월 만에 글을 올리는지 기억할 수가 없다. 이제 좀 스트레스를 다스릴 마음의 여유와 안정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너그러이 용서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아직 살아내야 할 길이 멀지만 그래도 긴 인생의 여정에서 3년 동안 즐거운 놀이동산에서 정신없이 놀았다. 이제 떠나온 곳으로 돌아온 연어처럼 파닥파닥 물길을 거슬러 올라갈 힘이 축척돼 나의 본성이었던 파닥 거림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돌아와서 첫 번째 파닥 거림으로 내놓은 나의 재능기부 프로젝트 1탄을 브런치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어 무작정 사진을 올려본다. 나의 자서전 클래스 수강생 1기들과 찍은 사진을 보며 지난 3개월 동안 그들과 함께 울고 웃고 즐거웠던 일들을 떠올려본다. 오히려 그들에게 내가 배운 것이 더 많은 모두 나의 인생 선배들이고 존경할 어른들이다. 앞으로는 브런치에서 즐겁고 유익하고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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