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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Oct 25. 2023

오늘은 내 몸이 참 마음에 들어!

남녀노소 누구던, 살로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큰 키에 살이 잘 붙는 체질인 나도 언제나 은은히 다이어트 생각을 했다. 당장 실천은 안하더라도, 아 이거 참 어떻게 해야하는데 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다. 한번은 용하다는 한의원에서 살을 빼고 싶다고 말하니 들은 말이 고작 '사랑할 걸 많이 찾으면 살은 저절로 빠진다'였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땐 나를 놀리는 줄 알았다. 근데 우습게도 그 말이 정확히 맞았다.


퇴사를 하고 맘껏 춤을 추고 날 좋으면 밖으로 나가고 유럽 여행도 다녀왔다. 여정동안 멋진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사랑도 겪어냈다. 그런 시간을 지나니 자연스럽게 14kg쯤 빠져 있었다. 원장님한테 속으로 툴툴댄 게 머쓱할만큼, 세상을 듬뿍 사랑하고 나니 살은 저절로 덜어내졌다.


아!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내 몸이 누군가 선망할만큼 날씬한 몸은 아니다.  168cm에 68kg, 요즘 유튜브에 내 키와 몸무게를 가진 사람들은 보통 통통녀라고 자기를 설명하고, 뚱뚱하다는 악플을 받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지극히 정상인 몸무게에 통통이라고 이름붙여야 하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유럽에 나가서 옷을 살때 늘 M사이즈가 넉넉히 맞았고, 여행자 친구들에게 나는 한국에서 약간 플러스 사이즈라고 했을때 혀를 끌끌 차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어쨌든, 지금의 나는 싫어하려면 싫을수도 있고 좋아하려면 좋아할수도 있는 그런 몸인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내 몸을 좋아한다는게 꽤 기쁘다! 몸을 싫어하는 마음은 내 안에서 너무 쉽고 흔한 것 같아서, 내 몸이 좋은 지금의 기분을 남겨두고 싶다. 오늘 수영을 했는데, 밝은 하늘색 모노키니와 태닝된 내 피부가 잘어울려서 맘에 들었다. 쇄골에 새로 한 물결 타투가 수영복과 물을 만나니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들어간 허리와 살집 많은 큰 엉덩이와 허벅지도 맘에 들었다.

여행지에선 늘 비키니만 입었는데 사진을 잘 찍히고 싶어서 아끼는 모노키니를 입은 날.

20대 초중반에는 아무리 살이 빠져도 떨어질 생각을 않는 허벅지들이 정말 미웠는데. 손으로 살을 붙들고 이만큼만 잘라내고 싶다 염불을 외웠는데. 이제는 찰싹 붙어있는 허벅지가 왠지 더 예뻐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내 취향은 하얗고 가녀린 몸매보다는 까맣고 통통한 몸매라고, 숨겨둔 마음이 고개를 쏙 내민다. '사실 나는 나같은 사람이 너무 좋아, 그래서 몸매도 내 몸매가 마음에 들어.'


그런데 굴곡있고 살집있는 몸매란 외국 셀럽처럼 오로지 가슴과 엉덩이만 나온 몸은 아니다. 나는 뱃살도 볼록 튀어나와 있고 팔뚝 살도 많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덜 움직이고 잘 먹었더니 뱃살이 점점 늘어났다. 그런데 이상하게 뱃살이 예전보다 덜 밉다. 그냥 '나는 포토샵된 이미지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인걸, 뱃살이 있을수도 있지'하게 된다. 심지어 제모를 안하고 있어서 듬성듬성 난 다리털이나 겨드랑이 털도 그냥 거기 있을법해 보인다. 이상하게 요즘은 자주 그 모든게 다 괜찮아 보인다.

물론 또 기분이 안좋은 날에는 내 몸의 싫은 구석을 꼼꼼히 찾아내겠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내 몸이 마음에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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