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를 접했다. 일면식이 있는 사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한 다리 건너면 지인들이 있는, 내 동료들의 동료이자 벗으로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 투병하다 떠났다는 그의 소식을 여기저기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SNS를 들어가보니 추모글이 한가득이다. 그에 대한 추억과 감사의 글들을 왠지 모르게 하염없이 보게 되었다. 그의 열정을 기억한다는 많은 이들의 공통된 소회를 보며 과연, 이 정도의 선한 영향력과 헌신으로 살면 장례에 이렇게 많은 인연이 모이게 되는 것인가 생각했다.
가까운 벗이자 한 사회의 큰 자원을 떠나 보내는 황망함을 내가 알 리 없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의 부고로 인해 인간과 인간 사이 인연이 있다가 지는 것에 관해 곱씹게 된다. 공교롭게도 오늘 점심, 한참동안 끊어졌었고 돌아갈 수 없게 다리를 불질러버렸다 생각했던 인연과 몇년 만에 재회하기도 해서일까. 그는 수 년 간의 히스토리를 이야기하며, 마음 속에 나를 향한 짐이 있었다고 내 앞에 툭 내려놓았다. 나는 그의 솔직한 고백에 기꺼이 그 짐을 받아 들었다. 인연이란 어쩌면 허무하고, 허상 같은 것일까. 인연은 종종 한때가 되고, 한때였다 저버렸던 것들은 불탔다고 믿었던 다리를 아무 일 없었던 듯 재건해 눈앞에 돌아와 있다. 그리고 소중한 인연이 이번 생에서 아예 사라지기도 한다.
정성들여 양치를 하며 나는 또 오늘 하루를 마감하는데. 이 하루를 함께 지나 보냈을, 아직 존재하거나 이미 멀어진 인연들에 대해 반추해본다. 또는 이 하루를 지나 보내지 못한, 떠나간 인연들도 오랜만에 떠올린다. 나에겐 삶이 아직 있어서, 인연의 나고 짐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무도하게 양치를 하고, 잠자리를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