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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글

저주받은 SNS 시대의 투명인간

by sooowhat

하루 왠종일 소파에 누워 SNS 3종 세트를 돌린다. 틈이 나면 인스타그램-유튜브-스레드 사이를 무한 왕복한다. 이 플랫폼에서 뭘 봤는지는 다음 플랫폼으로 스와이프 하는 순간 이미 기억에서 사라졌다. 스스로가 한심해 정말 이제 그만 봐야지 이까짓 거 뭐 중요한 콘텐츠라고, 되뇌이면서도 손가락은 스크롤을 멈추지 못한다. 자기모순의 극한을 달리는 흔한 평일 저녁이나 주말의 모습이다.


나만 이런 건 아니라고들 한다. 그러니 이쯤 되면 중독 '사태'라고 봐야 할 텐데, 도대체 SNS에 어떤 매력이 있어 우리는 이토록 집단적으로 SNS에 중독되는 것일까. 숏폼, 숏텍스트 포맷이 인간 뇌를 자극하고 도파민에 절인다는 뇌과학 매커니즘은 차치하더라도, 무수한 포스팅에서 어떤 부분이 삶의 유용함으로 와닿느냐는 말이다. 한 번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 경우 첫 번째 이유는 나름 합리적이었다. 나는 여행이나 맛집 관련 신상 정보를 인스타에서 얻는다. 인스타의 특출난 개인정보 수집력에 기반한 알고리즘은 내 취향에 최적화되어서 희소하고 검증된 정보들을 쏙쏙 골라 보여준다.


두 번째 개인적인 이유를 생각하던 차, '이유'보단 '진단'이라고 쓰기로 했다. 나는 타인이 쓰는 글 조각들을 훔쳐보는 데서, 그것도 과식하듯 소비하는 데서 중독적인 감각을 느낀다. 이유 대신 진단이라고 쓴 이유는, 이것이 중독될 만한 것인가 갑자기 의문이 들어서다. 현실에선 아마 평생 마주칠 일도 없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펼쳐내는 주관, 감성에 나는 왜 중독되나.


인스타나 스레드에서 흔히 보이는 콘텐츠들은 주제가 달라도 다 하나의 결이다. 현실 삶에서 인정받고 싶은 조각들을 끌고와 거친 부분 깎아내고 보정해서 남들 앞에 내놓는 것. 자기PR 또는 남을 향한 커리어 조언, 나와 비슷한 부류로 보이는 이들과의 공개적 교류, 자신의 자산 공개 글 같은 것들이 그렇다. 나는 말로는 이런 양태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것을 소비하는 행위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온라인 모습으론 짐작조차 못할 사정이 피드 너머 존재할 수도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다. 마주하고 있는 면면이 실체적 진실과 거리가 멀 수도 있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사실 투명인간 같은 허상일 수 있다. 알면서도 나는 겉으로 보기에 나보다 더 나아 보이는 타인의 일상에 탐닉한다.


거꾸로 그들에게 조회수, 좋아요 수, 댓글 등을 보내는 나 또한 온라인 상의 투명인간이다. 누군가에겐 환호와 인정의 의미였을 숫자가 현실에선 고작 소파에 누운채 무심하게 놀린 손가락 운동의 결과이기도 한 것이다. 이 저주받은 SNS의 시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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