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꿈을 잘 꾸지 않는 편이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기분 나쁘고 잔상이 남는 꿈을, 그것도 두 편이나 꾸었다. 원래 잠을 많이 자는게 소원이라고 할 정도로 짧은 잠을 자는 나는, 꿈을 거의 꾸지 않지만 오늘은 베개에 침을 흥건하게 흘릴 정도로 짧으면서도 깊은 잠에 빠졌었나보다. 아니면 심신이 약해졌거나.
첫번째 꿈은 내가 강의하는 장면이었다. 수백명의 관중을 앞에두고 평소처럼 강의를 하는데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간다. 나는 아무렇지않게 계속 강의를 이어갔고 사람들은 계속 자리를 떠나간다. 결국 강의 시간이 끝날 때 쯤에는 단 한명도 남아있지 않았다. 강의 시간을 겨우 채웠고 강의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강의장을 빠져나왔다. 벗어둔 구두를 다시 신고 집으로 갈 준비를 하다가 잠에서 깼다.
헤어지자는 연인의 편지를 받은 젊은 이등병처럼 기분 나쁜 꿈이었다. 잠에서 깨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내가 어떤점에서 실수한거지? 준비가 부족했나? 아니면 컨디션이 안좋았나? 청중에게 맞지 않은 강의를 한건 아닐까? 오만가지 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나는 이불을 반쯤 덮고 앉은 채로 허리를 굽혀 곱추같은 자세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별다른 이유는 찾기 어려웠다. 꿈이다보니 맥락이 선명하지 않았다.
나는 현재의 내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의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감사하는 마음을 느꼈다. 그러고보면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땐 강의가 무척이나 하고싶었지만, 불러주는곳이 없는, 무명의 청년이자 그냥 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일반인 아니었던가? 여전히 많이 부족하고 더 성장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 가진것에 고마움을 느꼈다.
두번째 꿈은 친구들과의 자리에서였다. 식사자리였나 술자리였나. 친구들과 평소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친구와 싸움이 붙었다. 말싸움이 아니라 몸싸움이었다. 실제론 어떨지 모르지만, 꿈에서는 어떻게하다보니 몸싸움을 이겨버렸다. 꿈에서 나는 승리의 기쁨은 없었고 친구와 싸워야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주변 친구들 모두는 내 편이 아니었고 난 혼자였다. 쓸쓸하게 가게 문을 열고 나가다가 잠에서 깼다.
다시 한 번 기분 나쁜 꿈이었다. 나는 또 생각에 잠겼다. 지금 현실에서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몇명의 지인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다. 어쩌면 나는 가장 친하고 소중한 주변인들에게 소흘하게 대하며 살고있진 않은지.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기분 나쁜 꿈이었지만 배울점이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