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요. 내 나물씨 쪼매만 떼주소
처음에는 매르치를 떼서 팔았다. 어쩌다가 알게된 도매상을 통해 물건을 구했고 장사할 곳이 마땅치않아 영주로, 영양으로 버스를 타고다니면서 외장을 섰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장사는 여자가 하기에는 너무 고되고 힘들어서, 얼마 후부터는 안동 장에 섰다. 구시장 사장뚝 바로 아래에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이 곳엔 항상 사람이 많았다. 한적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매르치를 팔았봤는데, 어찌된 일인지 며칠동안 단 한마리도 팔지 못했다. 사는 사람이 없다. 이미 며칠은 굶은 상태였다. 자신이 굶는건 일도 아니다. 문제는 집에서 쫄쫄 굶고있는 아이들이다. 이웃집에서 얻어온 쌀로 밥을 짓는 것도 이젠 한계다.
막내 아들은 젖도 못 주고 있다. 도통 젖이 나오질 않는다. 굶주려서, 아니면 나이를 먹어서일수도 있다. 어쨌거나 빨리 돈을 벌어야만한다. 한달에 반을 굶고 살아도 어떻게든 살아야한다. 사글세인 방 한칸 집에는 6남매가 엄마만을 기다린다.
이 구역에는 여러 장사치들이 있다. 옷장사, 잡화상, 과일 장수도 있고 세상의 모든 상품이 여기에 다 있다. 그리고 그걸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매르치는 아무도 사지 않는다. 바로 앞에는 나물씨를 떼다 파는 영감이 있는데, 이 영감은 어떻게 그렇게 잘 파는지 장날이든 무신날이든 나물씨가 조금씩, 조금씩 계속 팔린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심정으로 부탁을 했다.
"아저씨요. 내 나물씨 쪼매만 떼주소"
영감은 고개를 젓는다.
"여서 안팔고 딴데가 파께요."
영감은 묵묵부답이다.
"아저씨. 내 좀 먹고 사시더. 우리 아들 다 굶어 죽니더"
영감은 살짝 흔들리는 눈치였지만 자신의 신념을 굽히진 않았다.
나물씨 영감 바로 옆에는 옷장사 아저씨가 있었는데 덩치도 크고 호탕한 사람이었다.
"영감요. 이 매르치 아지매 좀 도와주소. 그 뭐 얼매나 한다고 그니껴?"
옷장사 아저씨가 영감에게 말했다.
영감은 자신의 수입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는 표정이었다.
"영감 나중에 죽고나서도 나물씨 팔고 댕길라이껴"
"에이, 씨발, 알았다"
영감의 첫마디는 기분 좋은 욕이었다.
그렇게 매르치 아지매는 나물씨 반 되를 구했고, 나물씨 아지매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