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은 죽었다
"이거 나물씨 얼마이껴?"
"요마이 가가고 100원 주소"
나물씨는 생각보다 잘 팔렸다. 촌 사람이든 시내 사람이든 농사를 지었다. 크고 작게 작물을 키워 먹고 사는 일상이었다. 시간이 음식을 만들어내는 나물씨는 인기 상품이다. 심어놓고 약간의 요령으로 관리만 잘하면 알아서 큰다. 배추, 오이, 상추, 시금치... 사람들은 당장 키워 먹을 수 있고 모아서 팔 수 있는 작물을 자주 찾았다.
처음 떼왔던 나물씨는 금세 팔렸다. 이대로만 계속 한다면 돈도 모으고 아이들 학교도 시킬 수 있다. 새벽같이 장사를 시작해서 밤늦게까지 나물씨를 판다면... 나물씨는 희망이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자식들의 꿈이자 미래다.
영감과의 약속대로 구시장 사장뚝을 벗어나 신시장에 난전을 폈다. 신시장은 구시장보다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다. 시장이 작고 도로도 신통치않은데다 버스터미널과의 거리가 멀어 손님이 없었다. 그래도 장사할 곳이 있다는 사실에 감격하는 순간, 방범순찰이 떴다.
방범은 노상 장사꾼들을 쫓아내는게 하루 일과였다. 2명씩 조를 이루어 다녔는데 특히 얼굴이 거멓고 뚱뚱한 아저씨가 일을 잘했다. 그는 목소리가 크고 힘이 좋아서 이 일에는 제격이었다. 분명히 공부는 못했을 것이다.
"왜 자꾸 장사 못하게 하니껴?"
우리의 질문에 장사하는 곳이 아니라는점과 미관상 보기에 좋지 않다는 답변이 라디오처럼 돌아왔다. 이해할 순 없었지만 공무원에게 반발할 수 있는 장사꾼은 단 한명도 없었다. 우리는 번개처럼 물건을 집어싸고 어디론가 도망갔다. 공용화장실로, 슈퍼로, 길거리로 몸을 숨기고 잠시 피했다가 방범순찰대가 되돌아가면 다시 장사를 했다.
구시장 영감에게 나물씨를 떼와 팔다보니 원가가 비싼 탓에 남는게 없었다. 소문을 들어보니 그 영감도 종묘사를 통해 나물씨를 떼와 판단다. 만약 영감을 거치지않고 직접 떼온다면 좀 더 마진을 남길 수 있다. 주위에 물어보고 발품을 팔아 몇 개의 종묘사를 알아냈고 도매로 나물씨를 떼올 수 있었다.
"요새 영감 안비던데 뭐 어디 갔니껴?"
"모르지뭐. 죽어부랬는동... 처음 봤을 때 나이가 하마 칠십이 다 됐을껄?"
옷장사 아저씨는 관심도 없다는듯 이야기했다.
그 날 이후, 영감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그는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