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매르치 아지매 3편

그동안 뭐 먹고 살았노 니들?

by 남시언

약속은 살아있을때나 지키는 것이다. 영감이 죽었으니 영감과의 약속도 이제 없던일이다. 무신날에는 구시장에 난전을 펴고 나물씨를 팔았다. 사람이 가장 많은 안동장날에는 구시장에 장사 공간이 없어 신시장과 구시장 사이, 사장뚝 바로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6남매를 굶게 만들 수 없었다.

사글세 집 방 한칸은 매우 좁았다. 다리 펴고 누울 공간이 없어서 항상 쪼그려 앉은채로 잠을 잤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간다. 비오는날엔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물을 퍼내는건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다.

나물씨는 계속 팔렸다. 봄부터 가을까지. 문제는 겨울이다. 나물씨가 나오지 않는 농한기에 물건을 찾는 사람은 없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 장사꾼들에게 겨울은 혹독한 계절이다. 겨울에 장사를 이어갈 수 있는 물건을 구해야한다. 엿질금을 떼와 팔았다.

신시장 어물도가에 부탁을 해서 공짜로 간고등어 담는 상자를 몇 개 구했다. 펌프에 물을 길러 깨끗하게 씻은 다음 나물씨를 담아 옮겼다. 상자는 점점 늘어났고 구루마에는 3층이 쌓였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시장으로 향했고 장사를 했다. 나물씨만 열심히 팔면된다... 이제 나물씨만 열심히 팔면된다...

'삐긋'
기어코 허리를 다쳤다. 몇 년간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요즘 몸 상태가 영 이상하더니... 무거운 상자를 무리하게 들어올린 탓이다. 말도 못할 허리 통증을 느끼면서 상수병원에 실려갔다. 의사는 사진을 찍어봐야한다면서 검사를 했다.

"척추뼈가 어긋났습니다. 금도 갔고요..."
의사는 건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의사 선생님요. 입원해야되니껴? 내 장사해야되는데..."
전치 3주가 나왔다.

허리를 완치하지 못한채 일주일만에 퇴원했다. 늘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주머니에 돈 한 푼 없는데 입원이라니... 당치도 않는 말이다. 계속 입원해있으면 또 우리 아이들은 어쩌나. 의사는 극구 말렸지만 억지로 병원 문을 나섰다.

퇴원 후 집에가보니 6남매가 방에서 졸졸 굶고있었다.
"그동안 뭐 먹고 살았노 니들?"
"옆집 아줌마가 밥 좀 주더라"
"엄마, 나 밥 실컷 먹는게 소원인데..."
"임마야, 니는 엄마한테 그런말 하지말라니까 왜 또 하고 그노"

그날 밤, 불꺼진 부엌에서 밤새도록 울었다. 행여 아이들이 깰까,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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