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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기서린 May 18. 2020

행복, 그 후

지속 가능한 행복에 대한 생각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는 이 질문에 답을 원했다. '행복'이라는 단어에 대해 각자마다의 정의가 다르겠지만. 나는 나만이 정의할 수 있는 나의 행복을 알고 싶었다. 물론 내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나, 일상의 소소한 행복 말고 무언가 더 큰 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제와 돌이켜 보면, 나는 행복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기보다 행복을 정의 내리려 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행복은 찾는 게 아니고 알아차리는 거였는데. 그럼에도 마음에 이런 질문을 품고 산 덕분일까. 내 삶에 '이런 게 진짜 행복이지' 싶은 순간이 두어 번 찾아와 주었다.




첫 번째는 사랑에 빠졌을 때. 연애와 사랑은 결코 동의어는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던 순간이기도 하다. 연애한다고 다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사랑한다고 다 연애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게 되었을 때, 나를 충만하게 하는 그 감정이 진짜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그것만 있으면 다른 모든 건 아무래도 상관없을 정도로 소중하다고 느낀 순간이었으니까.


하지만 과한 행복은 불안을 동반했다. 그 행복을 잃어버릴까 그것에 집착했다. 시작은 행복이었지만 과정은 불안이었고, 끝은 파국이었다. 내 곁에 흩뿌려져 있는 행복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저 행복을 찾아 헤매던 나였기에, 행복을 다루는 법을 알지 못했다.


행복을 '누릴'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은, 행복을 얻어내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 커다란 행복을 얻은 후의 깨달음이었다.



두 번째는 내가 원하던 일을 이루었을 때. 생계 때문에 필연적으로 해야만 했던 일 말고,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지속했던 일도 말고. 내 마음이 진정 원했던 일을 온전히 내 힘으로 성취했을 때. 마치 이제는 인생에서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솟아오르던 그 순간. 그때 사랑을 이루었던 그 이상으로 큰 행복감을 느꼈다.


두 번째 행복은 첫 번째 행복과는 달랐다. 잃을 게 없는 행복이었다. 목표를 이미 성취한 것이었기에, 그것이 나를 달아날 염려가 없었다. 원하는 것을 이루어낸 경험은 강렬했고, 그 행복감에 취해 마치 구름 위에 떠있는 듯 약 2주 정도 몽롱한 날들을 보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우리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므로, 과거의 느낌은 결국 희미해지게 마련이다. 행복했던 그 시간을 지나, 다시 수많은 지금 여기의 순간들이 쌓이기 때문에. 세상에 영원한 것은 그 무엇도 없는 법. 결국 나는 또 다른 행복을 찾아 떠나야만 했다.




그동안의 나는, 어떤 커다란 행복만을 바라며 많은 순간들을 희생해왔던 것 같다. 내 기준에 부합하는 행복을 느낄 때까지 그 행복을 바라며 허우적댔고, 어느 순간 그 행복을 차지했을 땐 그 순간에 머무르기보다 그것을 잃을까 두려워하거나 또는 바로 다음의 행복을 찾아 나섰다. 찰나의 행복을 바라며 내게 이미 주어진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사는 삶. 나는 행복을 위해 행복을 놓치고 있는 바보였다.


물론 내가 행복이라고 정의해온 커다란 행복은, 말 그대로 '커다란' 환희의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그것만이 진실된 행복이라 생각한다면, 그 잠시 잠깐의 시간을 떠난 나머지의 날들은 너무도 무료해진다. 내가 존재하고 있는'지금'을 인지하고, 그 '현실'을 인정하고, 그렇게 '현재'에 머무르며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알 때. 그럴 수 있을 때에야 행복을 지속적으로 누릴 줄 아는 사람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는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가 느끼는 행복이란 것 역시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고 있는 것이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는 게 아닌, 지금 내게 주어진 것을 누릴 줄 아는 삶. 이것이 진정 지속 가능하게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일 것이다. 그러다 정말 커-다란 행복을 마주하게 되면, 그건 보너스인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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