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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Jan 08. 2023

엄마도 할머니의 상처 많은 딸이라

할머니도, 엄마도, 나도 서로의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

자존감 높은 우리 엄마는 때때로 그런 얘기를 했다

나 정도면 진짜 딸들 잘 키웠지
회사 다니면서 이 정도면 진짜 잘한 거야


마냥 해맑게 이런 말을 하는 엄마를 보고 있자면 내 안엔 두 가지 감정이 공존했다.

'역시 우리 엄마. 나도 저런 멘탈을 타고 태어났어야 하는 건데 부럽다'

그리고 동시에 약간의 분노

'어릴 때 한 말들은 기억도 못 하나 보네.. 15살 때부터 떨어져 살았는데 내가 컸지 엄마가 키웠나?'


그래도 15년을 떨어져서 살다 보니 크게 분노할 일도 없었고,

부딪히지 않고도 몇 년을 아주 평화롭게 살아올 수 있었기에

우리 사이는 이대로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마치 난도질당한 땅 위에 잠시 나무판자를 덮어둔 느낌이었는지라

그 감정들은 결국 올라왔고, 나는 참아왔던 말들을 그마저도 최대한 잘 가공해서 보냈는데

그다음 날 도착한 엄마의 답장은 나를 또 울렸다.

네가 쓴 얘기가 그대로 엄마의 이야기더구나. 엄마가 할머니한테 받은 상처로 괴로워하면서 나는 또 너에게 같은 상처를 주었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

나는 그래도 조금은 달랐다고 오만하게 생각을 했어.
너의 분노가 어떤 건지 잘 알아. 정말 미안하다. 내가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아.


60이 된 엄마는 나이가 들수록 더 할머니와 부딪혔다. 예전에는 감출 수 있을 정도였던 것 같은데

우리가 커서 더 눈에 띄는 건지 어떤지를 모르겠으나, 점점 그 강도가 심해지는 것 같았다.


엄마가 파리에서 1년 살기를 해야겠다 생각한 이유 중 하나 또한 어렸을 적 상처가 치유되지 않아서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였다고 한다. 그래서 홀로 시간을 보내며 천주교 교리, 금쪽상담소, 심리학자 강의 등을 닥치는 대로 다 들으면서 마음공부를 하고 있다고.


결국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는 자식들에게 사랑을 나눠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 느끼고 있다고 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가족들 사이에서 도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평화로워 보이는 우리 가족들 사이에 숨겨진 그 상처들을 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래도 그 얘기를 엄마 입으로 듣고 '미안하다'라는 말 듣고 나니 조금은 기대를 하고 싶어졌다.


'우리가 조금은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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