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포기하려 했던 나를 살린 너
그때의 우리를 찍은 사진은 많이 없어.
내가 너무 힘들 때여서 너도 크게 돌보지 못했거든.
그래서 생각할수록 너한테 너무 미안한 마음이 커
그런 나를 네가 참 오래 기다려줬구나 싶어서
얼마나 네가 큰 존재인지 더 느낀다.
오랫동안 내 마음에만 묻어뒀던 그때 이야기
이 글을 지울지도 모르겠지만 한 번 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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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첫 비행을 끝내고 한국 땅에 도착해서
너와 내가 같이 1년 간의 시간을 보낸 건 아주 작은 방이었어
그래서 엄마 아빠는 내 휴학과 너를 데려오는 것 까지도 반대했겠지만
1년이 넘을지도 모르는 시간 동안 어떻게 누군가에게 맡기겠냐면서
너를 데려온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후회하지 않아.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치기 어린 욕심이었던 것 같긴 하지만.
우리 그 방에서 좀 힘들긴 했었어 그렇지?
나는 네 화장실을 코 앞에 두고 이불을 깔고 자야 했고,
너는 방이 너무 추워서 내 이불속으로 들어와 체온에 의지해야 했고.
내가 돈이 없을 때라서 너한테 좋은 장난감도 못 사줬던 것도 기억이 나.
그래도 나는 네가 자다 말고 꿈이라도 꿨는지
'야옹'하고 나를 보며 울면 이리로 오라며
너를 품에 안고 토닥여주던 그 시간이 너무 귀했어
너무나 또렷해서 잔인한 4월 어느 날
내가 대인관계 문제로 우울증에 시달리기 시작했을 때,
가족들과도 동시에 이런 저런 문제를 겪어서,
나는 정말 세상에 혼자가 된 기분이 들었어.
그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더라.
혼자 모아둔 돈을 들고 정신과에 가서 약도 처방을 받았는데
크게 나아지지 않고 점점 더 수렁에 빠지는 기분이 들었어.
그렇게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밤,
네가 자다 말고 악몽을 꿨는지 갑자기 깨서 날 보고 우는데
'이제 내가 없으면 네가 울 때, 누가 토닥여주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무서워졌어.
그렇게 나는 화장실로 달려가서 모든 걸 게워냈지.
몸에 남아있긴 했던지 한 3일을
제대로 걷지를 못하고 누워만 있었는데
정말 너한테 미안하고, 고마워.
진짜 네가 날 살렸어.
지난 8년은 네가 준 선물이었던 것 같아.
그러니까 나한테도 기회를 줘.
내일 우리 치료 잘 받고 꼭 깨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