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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Aug 19. 2024

공항: 남겨진 사람, 떠나는 사람

첫 번째 단어

생각해 보니 그렇다.

나는 한 번도 남겨진 사람이었던 적이 없다.

15년을 넘게 캐나다에 살았던

내게 한국은 잠시 가족들을 보기 위해

들렀다 가는 곳일 뿐 집이라 여긴 적이 없었고,

집이었던 캐나다에서는

잠시 왔다가는 친구들을 배웅했을 뿐

'홀로 남았다'라는 감정을 느껴볼 일이 없었다.


캐나다 안에서만 해도

학교 때문에 일 때문에 도시를 옮긴 것도 여러 번.

언제나 나는 떠나는 사람이었다.

떠나는 사람에게는 아쉬움, 그리움보다

요한 게 너무 많다.

아가 마주할 현실, 다음 날부터 해야 할 것들,

정리해야 할 짐들 등등.. 

잠시 꿈같던 여행지를 떠나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건 그만큼 신경 쓸 게 많다.


하지만 떠나보내는,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감정이 크게 남는다.

바쁜 일상은 언제나 존재했던 것이며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는 일도,

아침을 준비하고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도

너무나 똑같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

이상하다 똑같은 아침인데 큰 구멍이 뚫린 것 같다.


누군가는 동생이 1년 유학 간다고

이 난리를 치는 나를 유난이라 하겠으나

언제나 동생이 가장 예쁘고 최고라

생각하는 팔불출로서는 어쩔 수 없다.

괜히 더 해줄 건 없었나 싶고

못해준 것들만 기억나서 괴롭기까지 하다.


막상 떠나보내고 나면

신경 쓸 100가지 중 몇 가지가 줄어서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줄 알았는데

날 떠나보내던 날마다

우리 엄마, 아빠도 이런 감정을 느꼈을까?


뒤숭숭한 마음이 자리 잡

어제, 오늘을 어떻게든 지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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