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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차이가 나는 부녀, 교환 일기를 쓰기로 했다

"아빠, 저랑 책 한 권 써볼래요?"

by 기쁠 희

올해로 만 서른 두살이 됐다.

케이크의 초를 불면서 떠오른 생각은 이랬다.

‘나 이제 그리 어리지만은 않네’


뭔가 서른이 넘고 나면 대단한 인물(?)이

되어있을줄 알았는데,

꽤나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아직 난 너무나 부족한 인간이다.

어리광을 부릴 수 있다면 언제고 부리고 싶은,

저 철이 덜든 인간이라는

사실에 짜증이 좀 나기도 했다.


그러다 생각했다.

아빠는 내 나이때 어땠을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삶 안에서

아등바등 생존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의 삶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부모님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생겼으니,

바로 대학시절 받았던 아빠의 편지였다.


그 편지에는 처음으로 듣게된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쓰여있었다.

과거를 생각하면 몹시 마음이 괴로워서

자신의 아내에게도 꽤나 시간이 지나서야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고 한다.


6남매의 막둥이로서 살아온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그때서야 아빠와 고모들의 사이가

왜 이렇게 돈독한지

아빠가 왜 그토록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힘들어했는지

더 많은 부분이 이해가 갔다.


아빠는 내 나이

이미 두 딸의 아빠였고,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었다.

너무나 어렸을때 아버지를 잃었던 아빠.

다정한 아버지가 어떠해야 하는지 배울 수 없었고,

그래서 어머니의 존재는 매우 컸다고 한다.

어머니를 잃었을적 아빠가 어땠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지만,

이런 이야기를 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었다.


결혼까지 하고나니

아빠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아버지’라는 타이틀이 없는 인간으로서

그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다만, 대왕 F인 우리 가족은 이런 얘기를

조금만 할래도 눈물부터 나와서 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나는교환일기를 쓰자고 제안했다.

아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핑계였고,

이건 우리 부녀의 첫번째 프로젝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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