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여느 때처럼 가게 문을 열고 포스기를 실행하자. 순식간에 오색 찬란한 바- 들이 줄지어 채워지면서 뭔가가 자동으로 업데이트되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내가 뭘 잘못 눌렀나.
얼마 안 있다가 화면엔 에러 표시가 떴고, 그 후론 영 포스 프로그램이 열리지가 않았다.
어찌저찌 해서 포스사 직원이 원격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었는데, 그 원격 조종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신기하다.
나는 손 놓고 있는데 화면이 분주하게 혼자 움직인다. 자비스처럼.
너무 신기한 나머지 나는 직원이 프로그램을 다시 깔고 어쩌고를 하고 있는 15분 동안, 불멍 하듯, 얼굴 모를 그의 작업을 지켜보았다. 프라이빗 한 무언가를 훔쳐보는 느낌마저 들었다.
마우스의 움직임이 전혀 기계스럽지 않다는 면에서(기계가 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 미묘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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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 일기도 블루투스 키보드로 핸드폰 화면을 보며 쓰고 있는 첨단인 주제에, 새삼스럽게 원격제어를 신기해하는 게 좀 이상하지만, 할튼 그렇다.
일종의 해킹 같은 거잖아. 내 컴퓨터를 남이, 저 멀- 리서 막 자기 컴퓨터처럼 프로그램을 깔았다 지웠다 하는 거잖아.
그건 곧, 내 컴퓨터에 있는 일기를 복사해다가 자기 메일에 로그인해서 보낼 수도 있는 거잖아. (누가 그렇게 하겠니..)
너무 요상 방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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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모든 게 이렇게 첨단화 (왜 이렇게 ‘첨단’이라는 단어도 낡은 거 같지?) 된 상황에선 역설적으로 아날로그 기술들이 더 신기하다.
LP가 그렇지, 육안으론 보이지 않는 판의 구멍을 바늘이 긁으면서 노래가 나오는 건… 도저히 원리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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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이 어둡다. 오늘은 할 일이 많다. 기타 레슨도 받아야 하고 마치자마자 오산으로 달려가(전철이) 조카님들 저녁상을 차려드려야 한다. 그리곤 집에 와서 9시 30분부터 친구들과 줌 채팅.
허허 화상으로 하는 모임이라니 이것 또한 얼마나 첨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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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수가 어마어마하게 늘면서…. 장마도 시작되면서.. 손님 수가 확 줄었다.
나는 오늘도 선물 받은 책을 읽는다.
어제 다 읽은 장류진 작가 장편 소설[달까지 가자]는 곧 독후감을 쓸 예정.
당최 공감 가지 않고 관심도 없는 ‘코인’ 이야기. 한소리는 어떻게 읽었을 것인가!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던 것일까!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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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영 시인의 에세이, [일기시대]를 읽는다. 시인의 언어는 참 새롭고 부드럽고 기괴하다. 그 언어들이 모여 내 마음을 정확히 설명해 주는 문장을 만든다. 기존의 단어로는 도무지 보이지 않던 정체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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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가게에서 방금 아이스티 6잔, 아메리카노 12잔을 시켜, 나오는 족족 들고 갔다. 쟁반을 안 돌려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