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쓰는 글씨는 흔적을 남긴다. 원하지 않는 형태의 자국은 Backspace를 통해서 쉽게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흉터를 혐오했다. 몸에 남은 자국이 외부에서 어떻게 보일 지를 늘 의식하며 스스로 상처를 입혀온 듯하다. 상처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흉터가 있기까지 그 의미를 알아야 했다.
자신이 스스로에게 입힌 상처는 가장 아픈 흉터로 남는다. 타인이 고의로 남긴 것이 아니었으나, 나는 세상이 바라볼 눈을 의식했다.
이는 자기애에서 나타난 것이었으며 나에게 향한 과한 사랑은 "상처를 바라보는 가장 큰 눈"으로 작용하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를 피하고자 나는 자기애를 "세상이 바라볼" 혐오로 포장했고 자신을 지속적으로 상처 입혀온 것이다.
흉터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 자아를 알아갔고, 당장 원하는 것이 아니라며 눈엣가시로 여겼던 아날로그 자국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구석진 방에서, 아픈 형이 찾아낸 보석상자 안에는 종이 사진으로 가득했다. 쌓인 먼지 속에서 잊힐 finale는 우연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안에는 잊힌 것들로 가득했다. 밝은 웃음을 짓고 있는 얼굴은 나의 것이었으며 그 무수한 아날로그들 속에서 나의 존재를 기억해주고자 했던 다른 이의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도 메모장과 검은 볼펜을 들고 다닌다. 종이 위에 남기는 글이 보기 싫은 것으로 여겨질 때는 그 위에 줄을 긋는 것으로 끝을 본다. 그 흉터가 새로운 출발선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피날레는 종착지였다. 그를 찾아낸 나에겐 새로운 출발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