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인 내 마음이지만 보여주고 싶은 밤
“그런 밤이 있었다.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밤.
나를 오해하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이용할지도 모를, 그리하여 나를 낙담하게 하고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이라는 피조물에게 나의 마음을 열어 보여주고 싶은 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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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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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힘든 일이 있었다. 많이 예민하고 소심한 나에게 큰 걱정거리가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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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 바쁘게 지내는 편이라 주말에는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싶었는데 자꾸 신경이 쓰여서 침대에 누워서도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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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사람들과 연락을 하거나 마주칠 때 나의 이런 마음을 보여주기 싫어서 더 밝게 행동하느라 힘을 너무 많이 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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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되게 창피해서 보여주기 싫은데 되게 보여주고 싶다. 딱 5분만 아무 생각 없이 사람한테 기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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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정을 되게 숨기고 싶은데 누군가에게 되게 보여주고 싶다는 모순적인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고 “괜찮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일 없을 거다.”라는 말이 너무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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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을 숨기고 싶은 이유는 그 누군가가 나를 오해하고 비난할 수도 있기 때문이고 반대로 보여주고 싶은 이유는 아마도 짧은 순간이어도 좋으니 내 마음속 파도를 잠재우고 싶어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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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이지만 누군가에게 기대어 쉬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그때가 지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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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겉으로는 밝고 당당했지만 마음속은 계속해서 두렵고 불안했다. 오늘 저녁에는 누군가에게 조금 기대야 할 것 같다. (요즘 같은 때에는 마스크 쓰고 기대야 하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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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덜 두렵고 덜 불안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정말 해맑을 자신이 있다. 내일은 해맑은 내 자신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최은영 작가의 글이 나는 너무 좋다.
사진 출처: 백도엽
나의 멋진 친구이자 내가 아는 사람 중 사진을 가장 근사하게 찍는 사람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보육원에 아이들을 만나러 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내 일상이 주로 글이 되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서 다시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아이들에게 받은 사랑, 내가 그들과 나눈 사랑을 기록하고 싶다. 그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