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협동조합 마인도어 그리고 특별한 이야기
<내 친구 K와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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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찾을게 프로젝트 첫 번째 만남 때 K는 말이 없고 무뚝뚝한 남학생이었다. 첫날 K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 얼굴을 보기조차 힘들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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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프로그램이 거의 끝나갈 즈음 K가 핸드폰 게임을 좋아한다는 것과 “ *개의 대* “라는 게임을 한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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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 당장 그 게임을 휴대폰에 설치했다. 그리고 K를 다시 만나기까지 남은 2주라는 시간 동안 정말 열심히 그 게임을 했다. 게임 속 캐릭터들을 정성스럽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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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뒤에 아이들과 다시 만나게 됐을 때 “그 게임 나도 한다!”라고 K에게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자 K는 나를 보지도 않고 “그러냐”라고 대충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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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게 조심스럽게 한 발짝 다가가고 싶었던 나는 내 휴대폰을 꺼내 그동안 소중하게 키워온 내 캐릭터들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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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는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진짜 하는 거였냐” 고 물었다. 처음으로 K가 어른 친구에게 적극적인 태도로 말을 건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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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어른 친구들과 친밀감이 형성되어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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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와 나는 게임 속 캐릭터들을 분석하며 점점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이후 K가 어른 친구에게 조금씩 마음을 여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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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몇 주 동안은 “캐릭터를 얼마나 키웠냐”라고 물으며 내가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자신의 캐릭터를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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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저히 K를 따라갈 수 없었다. 그 뒤에 다른 게임도 함께 하게 되었다. 그 게임 역시 나는 K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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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나는 게임에서 이기지 못하고 패배감(?)을 느꼈지만 그 부분이 세상 고맙게 느껴졌다. 게임이 아니었으면, 게임으로 K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면 K와 가까워지고 대화를 하는데에 아마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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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정성으로 그 친구의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처음에 K는 문을 살짝 열고 나를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는 문을 활짝 열고 나와 나를 비롯한 어른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밝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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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맑고 밝은 웃음은 언제나 예쁘고 사랑스럽다. K의 환한 웃음은 우리 마인도어 어른 친구들에게 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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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해 웃어주는 내 친구 K를 생각하니 나 또한 웃음이 나오고 행복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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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마인도어 어른 친구 조앤의 이야기
그리고 글, 엘리
마인도어는 소외된 청소년들이 어른친구와의 지속적인 사귐을 통해 정서적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 모인 팀이다.
2018년 10월 ‘그로운벗(Grown Friends; 어른 친구)이라는 이름으로 미 술 치료사, 청소년상담사, (전)인액터스 팀장, 교직원, 청소년 캠프 운 영진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팀을 이루게 되었다. 그들은 사회적 기업가육성사업에 선정이 된 이후 하나 둘 작은 프로젝트 들을 진행해 나가고 있다.
최근 이들은 비영리단체로서 법인 설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팀 이름을 “마인도어(MINDOOR)” 변경했다. 변경된 이름인 마인도어는 영어의 마인드(mind)와 도어(DOOR)를 합친 단어로 ‘마음의 문을 열다.’ 라는 의미를 가진다.
이들의 첫 프로젝트는 2019년 5월에 시작한 “너를 찾을게 프로젝트” 로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모 보육원과 MOU를 체결한 뒤 일곱 명의 청소년들과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지며 준비한 프로그램을 함께 하 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 상담사인 팀 원과 미술 치료사인 팀원이 중심이 되어 예술활동을 통한 감정 개방과 치유를 목적으로 하며 함께하는 팀원들 역시 사전에 프로그램 내 용을 충분히 숙지 한 뒤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마인 도어 팀원들은 아이들에게 따듯한 어른 친구가 되어주고 그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프로그램 준비와 진행에 있어서 세심하고 진지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
현재 마인도어는 앞서 언급한 보호시설 청소년들과 만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에 있으며 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텀블벅 사이트와 네이버 해피빈에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마인도어는 크라우드 펀딩을 위해 대화형 보드게임을 자체 제작했다.
이 보드게임은 ‘어떻게 하면 한정된 시간 내에 아이들과 유쾌하면서도 조금 더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마음의 문을 즐겁게 두드린다’는 의미를 담아 보드게임의 이름을 “메리노크(MERRY KNOCK)”라고 지었다.
메리노크는 툴킷 및 교구로 마인도어 프로그램에 활용될 수 있는 특징을 가지며 마인도어 프로그램 이외에도 즐거운 대화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활용할 수 있는 보급형 제품이다.
이제 막 시작한 팀으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달려가고 있는 마인도어 팀원들. 이들은 분주하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소외된 청소년들을 향한 관심과 사랑’이라는 첫 마음과 마인도어의 방향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