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화산을 볼 수 있다고?
"oo 씨, 혹시 활화산 투어 들어봤어요?"
"네? 화산요? "
"다나킬 화산 투어라고 있는데 혹시 같이 가실래요?"
두 귀를 의심했다. '활화산을 보러 간다고?'
곧장 검색을 하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활화산 투어를 에티오피아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이다.
2박 3일 혹은 3박 4일 동안 화산을 포함한 유황 지대, 소금 사막을 둘러보는 코스였다. 가격도 인당 300달러. 아디스아바바-메켈레 왕복 비행기도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2박 3일과 3박 4일의 가격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여행 기간 내내 밖에서 자고 씻지를 못하기 때문에 2박 3일 투어를 하기로 하였다.
참고로, 다나킬 투어는 EET라는 회사에서 독점으로 운영한다. 메켈레(Mekelle) 공항에 도착하면, 공항에서부터 EET 소속 드라이버들이 픽업을 하게 된다. 한 차에 5명이 타며, 2박 3일 동안 같은 그룹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6~8대의 랜드크루저가 한 팀을 이뤄 그룹 투어 형식으로 여행지를 다닌다. 유황 지대, 소금 사막, 다나킬 화산, 온천을 2박 3일에 맞춰 유동적으로 진행된다.
나는 "아침, 점심, 저녁, 숙소 모두 제공"이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어 너무 준비를 안 하고 갔다.
이런 숙소에서 잠을 청할 줄은 상상하지도 못 했다. 푸세식 화장실 조차 없고, 샤워는 할 수 없다. 참고로, 세안을 위한 물티슈, 휴지, 목베개, 슬리퍼, 운동화, 편한 옷차림, 선크림, 보조 배터리 정도는 가져가는 것이 좋다. 크고 작은 생리적 활동이 굉장히 당황스러웠는데 여행 중 찾아온 장염은 이번 여행의 큰 위기였다. 생리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지평선(?)까지 걸어가 일행들을 피해 크고 작은 일들을 해결하곤 했다.
에티오피아 메켈레(Mekelle) 지역의 기후는 굉장히 무덥다. 한낮의 기온은 40도에 육박하며, 유황 지대와 다나킬 화산지대에서의 온도는 이 보다 더 높다.
참고로,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와 메켈레(Mekelle)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메켈레에서만 볼 수 있는 두 가지를 꼽자면, 먼저 릭샤(혹은 툭툭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릭샤를 메켈레에서 볼 수 있었다. 아디스아바바에서는 릭샤를 볼 수 없다. 참고로 아디스아바바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자동차는 40년도 더 된 하늘색 도요타 코롤라 2세대, 3세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도요타 코롤라가 12세대까지 나온 것을 짐작한다면, 아디스아바바에서 사는 것은 마치 4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또한 메켈레에서는 도로에서 낙타도 볼 수 있었다. 염소 떼와 당나귀도 볼 수 있었는데 아디스아바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차를 타며 이동하며, 식사 시간에는 주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다양한 국적과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2박 3일 동안 캠핑도 하며 같이 다니기 때문에 영어를 할 수 있다면 쉽게 친해질 수 있다.
다나킬 여행의 핵심은 '누구와 함께 가느냐'라고 할 수 있다. 다나킬 여행의 대부분의 시간은 오프로드의 길 위에서 힘들게 보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때 재밌는 드라이버를 만나고, 재미있는 일행과 이 시간을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사진을 잘 찍어주는 일행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유황 지대에 도착하여 전원 하차를 하였다. 그리고 트레킹을 시작하는데 유황냄새에 코 끝이 찡해지기 시작하였다. 확연히 붉은 빛깔의 토양이 눈에 띄었지만, 이게 유황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마치 용암이 굳은 것과 같은 암석들이 등장하였고, 코끝은 더욱 찌릿찌릿해졌다. 그리고 지평선 너머의 노란빛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게 유황이지!"
당시에도 유황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사실 마음속으로 '이런 곳을 어떻게 안전장치 없이 여행할 수 있는 거지?'라며 신기하기도 하였다.
마치 유황 지대 위를 걷는 것은 마치 눈 위를 걷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걸을 때마다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들렸다. 살면서 이런 관경과 경험은 처음이었다. 전 날 밤 가이드가 유황 지대는 화성과 99% 흡사한 지형이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속으로 피식거렸었는데 도착을 하니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지인들에게 유황 지대 사진을 보여주며, 위의 사진들이 보정을 하지 않았음을 말해주면 적잖이 놀라곤 한다.
유황 지대 투어를 마치고, 차량으로 돌아가는 길. 이 날의 마지막 코스는 유황 지대가 아니라 소금 산까지 둘러본 후 마치는 것이었다.
유황 지대를 다녀오고 바로 주변에 위치한 소금 산 투어를 하였다. 당시에 유황 지대의 강렬함을 맛 본 직후라 소금 산의 감흥이 덜 했지만, 미국의 그랜드캐년과 마다가스카르의 이살루 국립공원과 견주어 봤을 때 소금 산의 규모는 작을지라도 자연 그대로 보존이 잘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 소금 산을 가면 인간의 입맛에 맞춰 가꿔진 자연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에티오피아 다나킬 투어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