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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니를 찾아서 Jun 03. 2019

버스 타고 아프리카 종단 여행

화산에 도착하다.

다나킬로 가는 길


2일 일정은 다나킬 화산 인근까지 이동을 한다. 그리고 그날 밤 다나킬 화산을 등반하게 된다. 참고로, 중간에 하차하여 각자 볼일을 볼 시간이 주어지기도 한다.



다나킬 여행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나는 여행을 다닐 때 다양한 컨셉을 가지고 여행을 하지만, 이번 여행은 최대한 즐겁게 마무리하자는 컨셉으로 여행을 했다. 사실 다나킬 투어는 힘든 여행에 속하기 때문에 즐기지 않는다면 정말 힘들어질 것 같았다. 하차를 하며 쉴 때면 크게 노래를 틀고 춤을 추고, 농담을 하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밤까지 쪽잠을 취한 후, 야간 산행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저녁을 먹은 후, 주의사항을 들을 후, 취침을 하게 되었다. 



분화구의 용암을 보기 위해서는 칠흑을 뚫고,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한다. 어두운 밤이 되자, 야간 산행이 시작되었다. 


야간 산행은 쉽지 않다. 다나킬 투어는 인간의 손이 닿을 수 없는 자연 그 자체였고, 위험천만한 용암 대지라고 할 수 있다. 등반로는 없다.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등산화와 헤드랜턴을 구비해야 한다. 덧붙이자면, 유독가스를 막아줄 마스크도 구비하는 것이 좋다.


다나킬 정상으로 가는 길


산행을 하던 중 코를 찌르는 냄새에 고개를 드니 빠알간 연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2박 3일의 최종 목적지인 다나킬 화산에 도착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캐한 연기에 모두들 기침과 눈물에 뒤범벅이 되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사진은 남기기로 하였다.


"Dobby is free!" "도비는 자유예요!"


가기 전에 구상했었던 포즈로 사진을 찍게 되었다. 작품명은 "Dobby is free"이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양말 마법사 도비를 따라 해 보았다. 


다나킬 화산의 용암 분출


다나킬 투어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다나킬 화산의 용암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용암 분출 장면 하나를 보기 위해 에티오피아을 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이 곳은 추락 방지용 펜스 하나 없을 정도로 정말 위험하다. 뿐만 아니라 용암 분출과 함께 가스도 방출되는데 가족 단위 여행으로 다나킬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면 극구 말리고 싶다.

다나킬 투어를 마치고 하산 중인 여행객들

다나킬 화산을 본 뒤, 전원 하산을 하게 된다. 내려올 때쯤 저 멀리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


용암 지대

다나킬에서의 용암 지대는 흡사 제주도의 오름 지형과 비슷해 보이면서, 현재 진행 중인 화산이라는 점에서 정말 멋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지극히 사견이지만, 에티오피아가 충분히 개발된다면 다나킬 투어 중 '용암 지대'의 접근을 가장 먼저 제한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긴 한다. 왜냐하면 이미 방문을 하였음에도 다나킬 투어는 정말 위험하였고, 위험한 지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게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곤함과 여행이 끝났다는 아쉬움에 낙타를 타고 차량까지 낙타를 타고 이동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낙타는 사람보다 느렸고, 엉덩이만 아팠던 것 같다. 결국 차량까지 꼴등으로 갔지만,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과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다른 낙타와의 조우

가는 길에 군인이 끄는 낙타와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늦은 아침을 먹고 출발을 하였다.



돌아가는 길이 험해, 뒤에 따라오던 차량이 진흙에 바퀴가 빠지게 되었다. 유럽, 미국에서 온 여행객들은 멀뚱멀뚱 쳐다만 보는데 한국인들은 달랐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가만 보고만 있을 한국인들이 아니었다. 다들 차량에서 내려 에티오피아 직원들과 함께 차량을 밀고, 당겼다. 처음에는 드라이버들은 안 도와줘도 된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결국 진흙에서 차량이 나오게 되었다. 



너무 신난 나머지 직원들과 우리는 사진을 찍게 되었다. 이렇게 현지인들과 교류를 하며 여행을 하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하다. 


다나킬 화산 지대 주변 온천

여행을 마치고 2박 3일 동안 씻지도 못 하니 머리는 산발에, 온몸이 뻑적지근하였다. 한국의 목욕탕 열탕에 몸은 담그고 싶은 참에 드라이버들이 마지막 여행지가 있다고 하였다. 속으로 '그냥 공항으로 갈래'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주변에 온천이 있다는 말에 피로가 풀리기 시작했다. 다나킬이 화산 지대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어찌 보면 주변에 온천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공항에 가기 전 이 곳에서 빨래와 온천수에 몸을 담그며 피로를 풀었다.


메켈레 공항으로 가기 전 찍은 사진


드라이버들이 메켈레 공항으로 내려주면 여행은 끝이 난다. 그럼 나는 일행들과 함께 일터인 아디스 아바바로 돌아가는 것이고, 다른 여행객들은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본국으로 돌아간다. 헤어지기 전 아쉬움을 뒤로하고 사진을 찍었다. 

다나킬은 손에 꼽을 정도로 힘든 여행지로 기억에 남는다. 무더위, 장기간의 오프로드, 노숙은 쉽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여행길이 고될수록 사소한 것에 소중함과 즐거움을 찾았던 것 같다. 내게 다나킬은 밤하늘의 별자리가 가장 예뻤던 곳으로도 기억 속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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