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지원사업
단편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고 생각한 당신이 감독이든 작가이든 프로듀서이든 주변에 물어볼 곳 하나 없다면 당연히 막연하고 어렵기만 할 것이다.
처음 프로듀서로 영화 만들기에 참여하게 되면서 내가 시나리오나 배우, 영상들을 구상하려 할 때 영화 만들기 유경험자 조감독님은 그보다도 먼저 필요한 것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돈이다.
톱스타 배우를 출연시키거나 극장에 상영되는 것처럼 2시간가량의 영화를 만든다거나 CG가 엄청 들어간 영화를 만들 것도 아닌데 돈이 많이 들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조감독님이 네 생각엔 단편영화 제작에 얼마가 필요할 것 같냐고 물어봤을 때 본래 생각했던 것보다 넉넉하게 셈해서 ‘2000만 원 정도 들지 않을까요?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2000만 원? 더 필요해.”
라고 돌아온 조감독님의 대답.
하하 호호 웃으며 시나리오를 짜며 어떤 영화를 그릴지 행복한 상상에 빠지려던 기대가 와장창 무너지고 바짝 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렇게나 많이요? 하고 물어보는 나에게 조감독님이 알려준 2000만 원 이상의 어마무시한 제작비의 내막은 이러하다.
영화는 프리 프로덕션과 본 프로덕션 그리고 포스트 프로덕션 이렇게 총 3번의 과정을 걸쳐 제작되는데 그 프로덕션의 횟수마다 필요한 장비, 로케이션 대여, 스탭, 기술감독들이 있다. 물론 저예산 독립영화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고용하기보다 우리가 직접 하는 일들이 더 많겠지만 그렇다 해도 여전히 촬영감독, 음향감독, 미술감독 등의 전문 인력은 필요하다. 그러므로 영화제작에 필요한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것이 우리의 영화 만들기의 첫 번째 관문이 된 것이다.
제작비 마련에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겠지만 ( 감독님은 일전에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해서 영화제작비를 마련한 적도 있다. 마케팅에 자신이 있고 영화 관객 타깃이 확실하다면 이 방법도 추천한다. ) 이번에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것이었다.
국내에는 단편영화제작을 위한 지원사업을 꾸준히 이어가는 단체들이 있다.
올해 가장 먼저 공고가 뜬 곳은 영진위라고 불리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주최하는 것이다.
매년 상반기 하반기에 나뉘어서 단편/장편의 영화를 선정해 최대 2000만 원까지 지원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연도에는 상반기 하반기를 한 번에 묶어서 2월 중에 접수를 받았다. 그리고 우리가 지원한 단편영화제작은 40편을 뽑는 거였는데 500편이 넘는 작품들이 모집되었다. 영진위의 1차 서류 심사는 시나리오 100이기 때문에 시나리오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그 이상 서류를 아무리 잘 써도 소용이 없다. (그 대신 특별히 최초 지원마감 이후에 며칠간의 수정 기한이 주어지니 그동안 열심히 시나리오를 다듬어서 1차 합격을 노려보자. ) 1차를 합격한 인원들은 1차 때 제출한 영화 촬영 계획이나 기획의도, 제작한 영화 활용방안 같은 서류와 함께 2차 대면 심사를 치르게 된다.
그다음으로는 여성영화제에서 주최하는 필름 X젠더 프로그램이 있다. 여성영화제에서 주최하는 지원사업답게 영화 참여 인원중 여성의 참여 비율 같은 요소들도 심사에 반영이 된다. 지금까지의 선정작들을 보면 내용도 역시 여성영화제 답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들이 많다. 총 2편을 뽑고 2000만 원을 지원해 준다.
CJ에서 하는 문화 예술 지원사업에 스토리업이라는 영화제작 지원 사업이 있는데 6개의 작품에 각각 1,500만 원을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제작 및 후반작업에서 현직 감독의 1:1 멘토링, 한국영화감독조합 회원 감독 모니터링 시사의 기회와 현장스틸컷 촬영, 포스터, DCP(Digital Cinema Package) 제작 지원 등의 혜택등의 지원들이 부가적으로 있다. 그 덕분인지 몇몇 스토리업 선정작들은 각종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정동진 영화제에서 하는 지원사업도 있다 지원금액은 1200만 원이고 2편을 지원한다. 이곳은 강릉 로케이션이 영화에 필수로 들어가야 한다는 특이점이 있다. 그것 말고는 앞선 지원사업들과 마찬가지로 각 주최 측에 맞는 지원 서류를 제출하고 서류 심사, 면접 심사를 거친 후에 최종 선정된다.
이렇게 올해 지원할 곳을 정한 우리는 그제야 다음 작업으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