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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목표와 아이의 목표

부모가 세우는 계획이 오히려 아이를 망친다.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실행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철저히 계획에 따른 삶을 살았고, 그 계획에 대해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 계획에 대한 의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내가 아이를 낳을 때부터이다.

 나는 자연주의 출산 방식으로 아이를 낳기를 원했다. 아이가 스스로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탄생을 맞이하길 바랐고, 그 과정에서 약물이 방해를 하지 않았으면 했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듯 나의 아이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길 바랐다. 오랫동안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공부를 하고 교육을 들으며 출산 계획서를 작성하여 그 계획에 따라 아이를 낳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좌측 골반에 걸려 2박 3일 동안 진통을 하다가 결국에는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나의 계획이 좌절된 것 때문에 조리원에 있는 내내 우울감을 느꼈다. 지금까지는 계획을 하고 그 계획에 따라 실행하는 삶을 살았는데, 앞으로의 삶은 내 계획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아이만의 계획이 있다. 내 생각대로 내 계획대로 아이를 움직이려고 한다고 해서 아이가 순순히 그 계획에 따라오지는 않는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내내 나는 많은 육아서를 접하였고, 좋은 육아서들에서 추천하는 방법들을 적용하여 최고의 아이로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를 잘 충족시킬 수 있도록 잘 먹고, 잘 자고, 잘 쌀 수 있는 여러 가지 교육을 했고, 동화책을 읽어주고 음악을 들려주는 등 시간 계획에 따라 다양한 자극도 주었다. 감정을 읽어주는 언어를 사용했고, 늘 아이의 시선을 따라다니며 대화를 건넸다. 교육을 전공하였고 교육에 대한 철학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육아에서도 시간표와 계획표를 만들어 아이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첫 번째로 아이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것은 양질의 수면 습관이다. 양육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잠들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수변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노력을 했다. 시기별로 먹텀과 잠텀을 따져가며 수면 시간을 계산하고, 1시간 동안 놀이 진정 - 목욕 - 동화책 읽기 - 수면'이라는 수면 의식을 통해 수면에 쉽게 이를 수 돕고자 했다. 아기를 혼자 눕히고 울려서 재우는 퍼버법, 안았다가 눕히는 것을 반복하여 등을 대고 누워서 자는 것에 익숙하게 해 주는 안눕법 등 여러 수면 방법들을 공부하고 시도하며 아이에게 맞는 수면 방식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했다. 두 번째로 자기주도 이유식이었다.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어릴 때부터 자기주도 이유식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지만 수면 습관을 키우는 것도 자기주도 이유식을 하는 것도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내가 아이의 개별적인 특성에 대해 완전히 간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육아서들에서 통계와 수치로 검증된 좋은 육아 방법들을 추천한다. 하지만 내 아이의 개별적인 특성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통계와 수치는 아무 의미가 없다. 내 아이의 경우에는 놀 때에는 혼자 놀아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반면, 잠을 잘 때에는 누가 옆에 없으면 큰 불안감을 느꼈다. 이불이나 인형 등으로 애착형성이 안 되고, 사람이 옆에 있어야만 안심을 하고 잠이 들었다. 우리 아이의 경우는 엄마인 내가 애착의 대상이었다. 자기주도 이유식 역시 마찬가지이다. 스스로 잘 먹는 아이라면 너무 좋겠지만 우리 아이는 정말 입이 짧은 잘 먹지 않는 아이였고, 스스로 먹도록 두면 거의 먹지 않고 식사를 마치는 경우도 허다했다. 자기주도 이유식을 할 때에는 아이가 힘이 없어서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안겨 있으려고만 했다. 안겨있기만 하니 활동량이 적어져 밥을 잘 먹지 않고, 밥을 잘 먹지 않으니 활동량이 더 적어지고 악순환이 계획되었다. 옆에서 내가 떠서 적정량을 먹이기 시작하자 이 부분에 대한 문제도 해소되기 시작했다.


 모든 아이들은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아이의 개별 특성을 확인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어떤 아이는 애착 이불만 쥐어줘도 그 이불을 만지며 잔다. 그런데 놀이 환경에서는 유독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어떤 아이는 엄마의 귀를 만지며 잔다. 그리고 엄마가 꼭 옆에 있어야만 잠을 잘 수 있다. 즉 아무리 엄마가 좋은 계획을 가지고 그 계획대로 키우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수만큼 실행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왜 우리 아이는 안 되지?라는 조급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뒤 뒤늦은 공부를 통해 하버드대 교수가 된 토드 로즈의 저서 <평균의 종말>에서는 평균에 대한 허상에 대해 강력히 꼬집는다. 많은 사람들의 신체적인 숫자를 통계를 내어 그 평균을 토대로 평균적인 사람에 대해 가정할 수는 있지만, 단 한 명도 그 평균적인 사람과 동일한 수치의 신체적 사이즈를 가진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평균은 그만큼 허상에 가깝다. 모든 아이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평균보다는 내 아이의 개별성에 더 집중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내 아이에 대한 자세한 '관찰'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어야 한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오로지 '관찰'과 아이의 행동에 대한 '반응'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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