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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가정보육 사이에서

화를 내고 그림책을 들고 오는 엄마

 나는 오늘 아이에게 몇 번이나 소리를 질렀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시작된 가정보육.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아이와 신경전이 펼쳐진다. 가정보육을 하는 동안 살뜰하게 아이를 케어해 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아이에게 몇 번을 소리치고 이럴 거면 차라리 어린이집에 보낼 걸 마음 한 편으로 후회했다.

     

 밥 하고 국을 끓이고 생선을 구워서 나름 정성스럽게 차린 점심밥. 아이는 무슨 맛인지 입에 대기도 전에 밥을 먹기 싫다고 떼를 쓴다. 옥수수와 물이 먹고 싶다는 아이는 계속해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몇 숟가락만 먹어보자는 나의 이야기에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린다. 아빠를 찾고 할머니를 찾으며 울고 또 우는데 속이 터지고 화가 다.

 

 겨우겨우 아이가 좋아하는 김을 꺼내어 몇 숟가락 먹기 시작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숫자와 알파벳을 소환시켜 "이건 숫자 1이 먹는 일밥이야", "이건 숫자 2가 먹는 이밥이야"하며 밥을 먹는데 아이가 누워서 먹겠다고 눕는다. 누워서 먹으면 목에 걸리니 앉아서 먹자며 일으키려고 하니 짐짓 더 힘을 줘서 누워있겠단다.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밥을 먹는 동안은 화를 내지 말아야지 참고 또 참으며 몇 숟가락을 겨우 먹이다가 결국에는 참았던 화를 내고 말았다.


 “너 이제부터 무조건 어린이집에 보낼 거야.

엄마가 앞으로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해도 무조건 어린이집에 보낼 거야!”


 아이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내 가슴에 박힌다. 그래도 화가 나는 내 마음을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아이가 엎지른 우유가 거실 카펫으로 번져 나가듯이 내가 엎지른 나의 화도 아이에게 번져 나간다.


 싱크대 하부장을 열어서 당면을 쏟아 엎고, 이를 닦지 않겠다고 입을 막는다. 한심하다는 듯 답답하다는 듯 흘겨보는 시선을 스스로 인지하면서도 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아이를 쏘아본다. 겨우 낮잠 자는 시간이 되었는데 아이가 낮잠을 자기 싫어하고 한 시간 넘게 뒹굴거리고 침대를 발로 차고 커튼을 손으로 올렸다가 내렸다가 한다.


 “눈 감고 잠을 자지 않는 아이를 잡아먹어야겠다.”


 결국 호랑이, 늑대를 소환시켜 아이가 꼭 눈을 감도록 겁박을 준다. 이렇게 하고 싶지 않다는 늘 생각하면서도 결국 아이를 겁박하기에 이른다. 아이에게 팔베개를 해 주며 자장가를 부르며 반쯤 포기를 했다. 그래. 그래도 자기 싫다면 그냥 자지 마라. 이렇게 포기할 때쯤 아이는 눈을 감고 잠이 든다. 한 숨을 내 쉬고 이제 내 시간을 가져야겠다 생각을 하니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몰려든다. 한참 동안 아빠를 찾으며 눈물을 흘리는 아이를 그대로 둔 것이 마음이 아릴 정도로 미안하다.    


 ‘미안해. 엄마가 소리 질러서 미안. 그리고 따갑게 쳐다봐서 미안해.’     




 이렇게 미안한 감정이 올라올 때 나는 아이를 위해서 동화책을 꺼내 든다.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아이가 나의 미안한 감정을 알 수 있을까? 내가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전할 수 있을까?  엄마가 아까 소리쳐서 미안하다고, 사실 우리 집에는 네가 무서워하는 늑대도 호랑이도 없다고 말이다. 그렇게 동화책 몇 권을 만지작거린다.

 

앤서니 브라운, 기분을 말해봐


 앤서니 브라운의 <기분을 말해봐.> 책을 뽑아 다. 아이가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는 책이다. 


 "준아, 아까는 엄마는 좀 속상하고 화가 나서 준이한테 소리를 질렀어. 준이도 속상했지? 엄마가 소리 질리서 미안해. 다음부터는 화가 난다고 해서 그렇게 하지 않을게. 그리고 우리 집에 늑대랑 호랑이 없어. 걱정 안 해도 돼."

 

 푹 잠을 자고 난 아이가 맑은 얼굴로 말한다. 

 "준이가 소리 지르고 화내서 엄마가 화가 났어. 나도 미안해. 우리 사과하자. 사랑해."


 언제 아이가 이렇게 컸을까. 아이가 나를 이해하고, 내가 왜 화를 냈는지도 이미 알고 있다.  

 아이는 아직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밥을 먹지 않거나, 떼를 쓰는 등 다른 방향으로 표현을 한다. 뭔가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정확히 자기감정을 이해하기 어렵고 말로는 더더욱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떼를 쓰는 행동을 한다. 나를 골탕 먹이려고 한 행동들이 아닌데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지 못하고 화를 낸 것이 미안하고, 나를 이해해주는 아이가 고맙다. 

  

 아이가 양 손을 잡고 나에게 안긴다. 걱정하는 마음이 녹아드는 순간이다. 아이와 함께 동화책을 읽으며, 나의 마음을 표현해 본다. 코로나와 가정보육 사이에서 나의 마음은 오락가락 하지만 부대끼는 시간 속에서 서로에 대한 애정은 더욱 커져만 간다.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고맙고 감사하다. 


준아, 이렇게 건강하고 예쁘게 커줘서 고마워.

엄마도 더 많이 클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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