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씩씩한 스텔라 Sep 26. 2024

남편의 불륜을 처음 알게 된 날

150일 기념 여수호텔  내역을 발견하다

2024. 7. 23. 화


2023년 2월 22일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살면서 어제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는 날이 더러 있는데 불행히도 그런 날들 대부분이 남편의 불륜과 관련이 많은 걸 보면 아직 나는 상처가 낫지 않았나 보다.     


상간녀의  남편에게 유책이가 두 번째 상간소송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1차 상간소송을 위자료 및 소송비용을 부담하라는 판결을 받고도 그 둘은 계속 만나더니 결국 또 상간소송을 당한 모양이다.


유책이는 중앙부처 공무원임에도 본인이 그동안 쌓아 올린 사회적 체면과 지위를 다 버리고서라도 그 상간녀를 계속 만나는 걸 보니 정말 좋아하나 보다.

그러니 처자식도 버리고 집을 나갔겠지...

또 마음이 저려온다. 나의 사람 보는 눈이 고작 이 정도였다니 울분을 참을 수 없다.     


유책이는 1차 때와는 달리 변호사 선임도 안 하고 직접 대응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본인 가정을 깨뜨리고 나간 것도 부족해서 그 상간녀의 가정도 깨버리고 정말로 둘이 같이 살작정인가 보다.



 

그날 나는 컴퓨터 활용능력 필기시험을 보기 전 마지막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인터넷 강사는 강의를 그냥 듣지만 말고 강의 내용에 맞춰 컴퓨터를 직접 실행해 보고 엑셀 예시 문제도 직접 풀어보라고 했기 때문에 그날도 거실 컴퓨터를 켜고 엑셀을 연습하고 있었다.

시험 보러 갈 시간이 다 돼서 컴퓨터를 끄려고 하던 차에 윈도의 사진이라는 탭이 눈에 들어왔다.     

수없이 켰다 꼈다를 반복했던 컴퓨터였는데도 한 번도 윈도 안에 사진첩이 있는 줄 몰랐다.


그날 왜 그 탭이 눈에 들어왔을까...

끝까지 몰랐다면 우리는 이혼 안 하고 같이 살았을까?

남편은 적당히 바람피우고 처자식이 있는 가정으로 돌아왔을까?    

 이제 와서 이런 가정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만은 그날 나는 사진탭을 클릭했고

남편의 불륜을 알게 되었다.      

    



처음 보는 여자였다.

처음 보는 사진이었지만 기분이 싸한 것이 남편과 그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여자가 보통사이가 아니겠구나를 직감했다.

앙드레김 패션쇼의 피날레처럼 남편과 얼굴을 딱 붙이고 환하게 웃으며 찍고 있는 사진의 여자는 직장동료로 보기에는 사진 찍은 자세가 너무 연인스러웠다.     

나랑 연애할 때도 얼굴을 딱 붙여서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여자랑 찍은 남편의 여러 장의 사진이  

마치 샴쌍둥이처럼  하나의 머리에 두 개의 얼굴이 있는 거 마냥

서로 밀착되어 있었다.     


날짜를 보니 평일이었다.

기억이 났다.

한동안 옷을 많이 사길래 의아했었다. 무슨 옷을 갑자기 많이 사냐는 질문에 짜증을 내며 자기는 옷도 맘대로 못 사냐고 신경질을 냈었다. 내 말이 상처였나 싶어 출근하는 길을 배웅차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갔던 날이다.     


새로 산 코트가 잘 어울린다며 어깨의 먼지도 털어주던 날이었다.

그날 환하게 웃었던 남편의 미소는 날 보며 웃었던 게 아니고

상간녀와 놀러 갈 생각에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던 것이었다.    

      

진짜 친한 동료라서 장난처럼 찍은 거겠지

라는 생각에 컴퓨터를 끄고 시험을 보러 갔다.

시험을 보는 내내 집중할 수 없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다시 컴퓨터를 켰다.

심장이 마구 두근거렸다.

윈도 사진첩을 다시 열었다.     

같은 날 어딘지 모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몇 장.

청남대 입구를 찍은 사진이 서너 장.

          

이 사람.  바람났구나!!!!       

        

집에서는 출근하는 척하면서 회사에는 연가를 내고 이 여자랑 놀러 다녔던 것이다.

사진 속 배경이 어딘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혔다.

인터넷 이미지 검색을 해보니

충남 예산이었다.     

예당호, 예산시장     

그때 예산이 백종원으로 한창 핫 할 때였는데 그 여자랑 인기에 발맞춰 놀러 갔던 것이었다.     


그 여자가 본인의 몸을 겨우 수건 한 장으로 가린 아찔한 사진도 있었다.

남편의 손가락 하트 사진은 약과였다.

그리고 그 둘 사이가 2022년 9월부터 시작되었다는 걸 알려주는

남편이 보낸 문자를 발견했다.     

 100일을 맞이해서 너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이 즐거웠으며

평생토록 널 사랑하겠다는 사랑의 맹세가 담긴 내용이었다.

그리고 150일 기념으로 여수호텔 예약을 한 것도 알게 되었다.

예약 날짜가 시댁제사일이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집안 거실 컴퓨터에 남편의 모든 불륜  증거가 다 들어있었다.     

회사 일이 많다며 평일에도 12시가 넘어야 들어오고

주말에도 출근했다.

집에서는 잠만 자고 나갔다.     


아이가 경시대회에서 상을 타와도

아이가 시험에서 올백을 맞아 자랑하고 싶으니 일찍 오라고 재촉하더라도

퇴근해서 저녁을 같이 먹는 일이 없었다.

언제나 회사일이 바쁘다는 핑계였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남편이 연가를 내고 수도권 시가의 제사를 다녀오겠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

평일 제사는 원래 참석을 안 했으니 안 가면 어떠냐는 나의 말에

막무가내로 코로나 끝나고 첫제사니까 다녀오겠다고 했던 남편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시가에는 일이 많아서 제사에 참석 못한다고 하고

나한테는 시가에 제사 간다고 나가서

그 상간녀와 1박 2일 여수여행을 계획했던 것이다.     

괘씸하고 배신감에 치가 떨렸다.


그리고 곧 나의 관심은 정체불명의 상간녀에게로 쏠렸다.


뭐 하는 여자일까?

가정 있는 남자를 왜 만나는 걸까?

그들의 여수여행을 어떻게 하면 못 가게 할지

 남편의 바람을 막고

가정을 지킬 방법은 있는 것인지

그때만 해도 가정을 지킬 수 있을 거라는 헛된 희망에     

유책이는 모르는 나만의 속앓이가 시작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