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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밀 May 20. 2024

어쩌다 나는

에세이

집 근처에 스타벅스가 새로 생겼다.

고등학교 절친의 집 앞에 생긴 스벅.

그와 헤어질때 꼭 여기서 작별 인사를 했다.

잘가


그는 떠나고 없지만, 나는 아직 여기에 남아 새로 오픈한 스벅에 앉아있다.

사진을 찍어서 그에게 보내고 싶었다.

봐봐, 여기 니네 집 앞에 스벅이 생겼어


스벅이 뭐라고..?

내 기억이 맞다면 스벅에 처음 간 것도 그와 함께였다.

뭣도 모르지만 그때  아이스 모카를 주문했고, 쌉싸름한 초코맛을 잊을 수 없다.


아무튼 나는 오늘 스벅으로 출근했다.

선선해진 가을, 아침 공기를 한껏 끌어 안으며 걷고 싶었다.

조금 서늘해진 몸을 따뜻한 라떼와 노란 조명 아래 녹이고 싶었다.

퍽퍽한 스콘을 노곤노곤한 라떼에 녹여버리고 싶었다.


잡다한 생각을 하고,

손에 잡히는 아무 잡지나 읽으며 오전을 보내야지 했다.


이런 일들이 메마른 가슴을 적셔줄 오아시스가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나는 지금 뭐라도 해야 하기에

닥치는대로, 마음이 가는대로 할 수 있는 건 해보려고 한다.


매일매일 새로운 일이 일어나고

그 새로운 일들은 나를 설레게 하는 행복한 일이었고

보물찾기를 하듯 신나는 일상을 발견하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살아갔던 시절,


이건 내가 만든 환상인지, 조작된 기억인지 헷깔리지만

그럴 수 있다면,

다시 그렇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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