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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밀 May 22. 2024

내 친구의 연봉

퇴사자의 글쓰기

내 친구의 연봉


직장을 선택하는 데는 저마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대학 졸업 후 인턴에서 자연스럽게 정직원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았고, 일이 재밌었다.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이미 입사가 확정되었기 때문에 주변 친구들처럼 취업 준비에 크게 고민이나, 힘든 점은 없었다.


시간이 흘러 모두가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할 친구들은 대부분 직장인이 됐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는 함께 저녁을 먹다가 본인이 받는 연봉에 대해 거침없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따져 보니까 내가 1년 총 받은 실수령액이 얼마더라고~!!"


그전까지 나는 내 '연봉'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드는 게 아닌가.

그 숫자가 마치 그와 나의 가치를 나타내는 표식인 것만 같은 생각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나는 왜 한 번도 연봉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어떤 불만도 없이 마냥 행복하게 회사 생활을 했던 나는 갑자기 혼란에 빠졌다.


내 친구의 연봉을 꼭 내가 알아야 할까?

내 동료의 연봉을 꼭 내가 알아야 할까?


경험상 남의 연봉을 알면 좋은 때가 물론 있긴 있었다.

이직할 때 비슷한 포지션, 직급의 대략적인 수준을 알아 두는 거다.

이는 새로운 회사와의 연봉 협상에 도움이 됐다.


그 외의 경우라면 나는 눈과 귀를 닫으라고 말하고 싶다.


내 친구의 연봉을 알고 속이 쓰렸던 경험은 차라리 귀여운 에피소드에 속한다.


한 번은 이직한 회사에서 나의 연봉이 오픈되는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었다.

보통 연봉 계약은 회사와 나 개인 간의 비밀 서약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발설한 사람은 그저 재미 삼아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냈을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나를 비롯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분탕질이나 다름 없었다.


남의 연봉이 궁금한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퇴사 후 얼마 전 일이다.

같은 업계에서 일을 하던 분이 전화를 걸아 안부를 묻는듯하더니 "그래서 거기서 연봉은 얼마나 받았었어?"라고 묻는 것이 아닌가.


연봉이라는 트라우마에 기가 질린 나는 통화가 끝난 뒤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았다.


더 많이 받고 싶은가? 

그럼 남의 연봉에 관심을 끄고 내가 쌓아온 경험과 커리어에 조금 더 집중하면 어떨까. 

인사 담당자에게 나만의 이야기를 어떻게 잘 전달하고, '나'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가치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시간을 투자하는 편이 훨씬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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